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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선거 지고 대선으로…오루어크 '무관의 돌풍'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
40대 베토 오루어크는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의 가족사진. [사진 오루어크 인스타그램]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의 가족사진. [사진 오루어크 인스타그램]

록밴드 베이시스트, 해커, 파워 블로거, 입주 보육사, 출판사 교열자, 인터넷 회사 대표….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40대 정치인이 미국 정계를 뒤흔들며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프랜시스 베토 오루어크(47) 전 민주당 하원의원이다.

출마 선언부터 남달랐다. "나는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베너티 페어)이라는 그의 발언은 즉시 반발을 불렀다. "정치적 구세주인냥 건방을 떨었다"며 언론의 몰매를 맞은 것은 물론, 민주당 경쟁 여성 주자들로부터 "백인 남성의 특권 의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중들은 겁 없이 등장한 이 '다크호스'에 열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에 따르면, 오루어크는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온라인을 통해 약 613만7000달러의 후원금을 모금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출마 선언 후 하루 동안 592만 달러를 모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기록을 앞선다.



아일랜드계 엘리트 가정 출신

'베토(Beto)'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오루어크는 현재 뚜렷한 직책이 없다. 상.하원 의원도, 주지사도 아니다. 민주당 16명의 대선 경선주자 가운데 유일한 '무관' 후보이지만 오루어크의 일거수일투족은 최근 미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다.

오루어크는 1972년 9월 26일 텍사스주 국경 엘파소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팻 오루어크는 카운티 판사 출신으로 원래 민주당이었으나 나중에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꿔 여러 차례 하원의원에 도전했다 실패했다. '베토'란 스페인계 이름과 달리 아버지는 아일랜드, 어머니는 영국 웨일스계 조상을 둔 백인이다.

버지니아주 사립 기숙학교인 우드버리 포리스트 스쿨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대학시절 펑크 록 밴드를 결성해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이후 입주 보육사, 뉴욕 출판사의 교열담당자 등을 거친 후 1998년 고향 엘파소로 돌아와 인터넷 회사를 설립하고 온라인 신문도 창간했다. 2005년 시의원을 거쳐 2012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선거 기간 동안 1만6000가정의 문을 두드리며 '가가호호' 방문 유세를 펼쳐 밑바닥부터 지지를 다진 것으로 유명하다.

대선 출마 선언 뒤, 감춰졌던 과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10대 때 국제 해커집단 CDC(Cult of the Dead Cow) 멤버로 활동했으며, '약에 취한 장군(사이키델릭 워로드)'이란 필명으로 아이를 살해하는 내용의 소설을 쓴 사실이 폭로됐다. 또 1995년 친구들과 엘파소의 텍사스주립대 물리연구실에 침입했다가 절도죄로 기소됐고, 98년엔 음주 교통사고를 저질러 나중에 사과했다는 내용도 언론에 공개됐다.

소셜미디어ㆍ포지티브 캠페인

오루어크가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한 건 지난해 11ㆍ6 중간선거였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에 이어 2위(25.1%)를 한 테드 크루즈 의원을 상대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는 51% 대 48%로 크루즈에 패했지만 그는 전국적으로 소액 후원자 74만3000명으로부터 8033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모금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사람들은 젊은 정치인의 패기 넘치는 도전에 환호했다. 상원의원은 되지 못했지만 이 선거를 통해 그는 1969년 린든 존슨 대통령에 이어 50년 만에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 출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떠올랐다.

10대 때부터 꾸준히 블로그를 해 온 그는 인스타그램.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 이용에 능숙하다. 치과에 가거나 요리를 하는 등 자신의 일상을 생중계하며 젊은 유권자들에 다가간다.

지난해 선거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 없는 선거운동을 펼친 것도 호감을 줬다. 오루어크는 14일 아내 에이미와 소파에 앉아 한 동영상 출마선언에서 "매우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하기 위해 개개인 모두에게 최선의 것들을 이끌어내는 포지티브 선거운동을 펼칠 것"이라며 "우리는 텍사스에서 그런 힘을 봤다"고 말했다.

케네디ㆍ오바마 이미지 연상

오루어크의 강점은 젊은 나이다. 현재 민주당내 여론조사 선두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021년 대통령에 취임할 때 각각 80세, 79세인 점과 비교해 확실히 젊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75세다.

2008년 대선 당시 47세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1960년 대선 때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이미지를 그에게서 찾는 지지자가 많은 이유다. 노타이에 와이셔츠 소매를 걷은 캐주얼한 모습은 의도적으로 두 사람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비친다. 그는 대중들과 만날 때마다 연단, 식탁, 책상 등에 올라가 연설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잡지 엘르는 이런 행동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왔던 쿨한 영어선생님(키딩)을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그의 연설 스타일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1968년 로버트 케네디를 닮았다. 미리 준비된 원고가 아닌 즉석 연설을 한다는 점에서다.

오루어크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 프로풋볼 선수들이 국가 연주 때 기립을 거부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긴 연설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아니다. 자유는 제복을 입은 군인들 뿐만 아니라 1960년대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남동부주들을 돌며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들에 의해서 얻어진 것이다. 프로풋볼 선수들의 항의는 나처럼 공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좌절 때문이다."

애매한 정체성 당내 비판

오루어크의 도전에 가장 큰 난관은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민주당 내부의 비판이다. 2016년 대선 이후 민주당 전체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해진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기반 텍사스의 보수적인 민주당원의 지지를 끌어안기 위해 중도통합의 기치를 내걸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보편적 의료보험과 총기규제, 무상보육, 마리화나 합법화 등 진보적 공약을 내세웠지만 민주당 내에선 여전히 중도파로 분류된다.

또 하나는 거센 '여풍'이 불고 있는 민주당 경선에서 그가 가진 '백인 남성 엘리트'란 신분이다.

그는 "아이 세 명의 양육을 '때때로' 돕기도 한다"고 농담을 했다가 "미국에서 남들은 누리지 못하는 백인 남성으로 태어난 특권을 당연시하고 내 삶에서도 혜택을 누렸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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