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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할리데이비슨

애플, 보잉, GE, GM등과 더불어 가장 미국적인 제조업 브랜드 중 하나가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일 것이다.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길다란 앞 바퀴 축에 연결된 넓은 스티어링 핸들을 양 팔을 활짝 벌려 잡고 비스듬히 뒤로 기댄 기마자세로 우람한 모터사이클에 앉아 굉음을 내며 달려가는 할리데이비슨족은 언제 보아도 위풍당당하고 야성미가 넘친다.

할리데이비슨의 역사는 115년전인 19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밀워키에 살던 동네 친구 윌리암스 할리와 아더 데이비슨은 당시 처음 나오기 시작한 휘발유 엔진 모터사이클에 열광했다. 20대 초반의 두 청년은 데이비슨의 집 뒷마당에 세평 남짓한 헛간을 짓고 그 안에서 철판을 두들겨 모터사이클을 만들기 시작했다. 헛간 출입문에는 휘갈겨 쓴 글씨로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 회사'라고 적혀있었다.

그들이 만든 모터사이클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1906년에는 밀려드는 주문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공장을 세웠다. 그러나 1908년 포드자동차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모델T 자동차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하자 모터사이클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할리데이비슨은 위기 극복을 위해 타겟 마켓을 일반 중산층에서 여가를 즐기는 부유층으로 전환하고 제품의 소재와 디자인을 고급화 하는 한편 할리데이비슨 클럽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를 부유층의 여가활동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백악관으로 할리데이비슨사의 CEO, 맷 레바티치 회장과 간부들을 초청하여 위대한 미국기업을 이끌어가는 주역이라며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럽산 철강과 알미늄 제품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 때문에 할리데이비슨은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EU 제품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조치로 할리데이비슨을 비롯하여 버본 위스키, 피넛버터, 체리 등 100여 개 미국산 제품에 맞불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로 인해 유럽으로 수출되는 할리데이비슨은 대당 코스트가 2200달러 이상 상승해 제품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연 매출 4만 대를 기록하고 있는 유럽시장은 할리데이비슨에게는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EU의 관세장벽을 피해가기 위하여 할리데이비슨은 최근 일부 생산시설을 태국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을 듣고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아침 트위터를 통해 세 번씩이나 할리데이비슨을 격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할리데이비슨이 절대로 모터사이클을 해외에서 생산할 수 없으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날이 할리데이비슨에게는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해외에서 생산한 모터사이클을 미국에 들여오면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무래도 트럼프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는 득보다는 실이 많은 자충수라는 생각이 든다.


채수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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