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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7 월을 만나다

절반이 지나갔다. 부자가 된 심정으로 받아 들였던 2018년 열 두 달에서 어느 사이 그 절반인 여섯 개의 달이 저 만큼에서 달아나고 있다. 그리고 7 월이 열렸다. 청포도를 떠올리고 여름 방학도 생각나고 뜨거운 햇살을 즐기는 젊음이 맨손의 여행길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계절을 품은 7월이 무성한 푸른 잎사귀를 흔들며 펼쳐진다.

이 때의 숲 길을 걸어보면 눈 앞에 자연 풍광은 어느 사이에 빈자리 없이 초록으로 가득 차 있다. 제 철을 맞은 자연 속에 풀, 벌레, 새와 나무 그런 것들이 제 자리를 찾아 저마다의 생명을 활짝 열어 보이고 있다. 봄 바람 속에 앞다투며 화려하게 피어나던 봄 꽃들은 꽃잎을 떨어내고 잎사귀를 만들며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이미 넉넉하게 잎을 마련한 여름 꽃나무들이 여유를 가지며 또 다른 자태로 여름을 장식하는 여름 꽃의 깊은 호흡이 보기에 좋다. 7월에 피는 꽃들은 뜨거운 여름 날씨를 달래는 믿음직한 친구 같은 분위기로 숲에서 정원에서 공원에서 여름의 바람을 전하고 있다.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한 번의 마당 놀이로 끝나게 하지 않고 앞 뒤로 판을 만들어 겨루게 만든 놀이 방법은 여러 가지로 좋은 방법이다. 전반전을 잘 치른 자는 잘 해낸 그대로, 잘하지 못한 자는 지나간 것 잊어버리고 다시 한번 열리는 그 마당에서 열심히 뛰고 달리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면 후반전은 더욱 빛이 난다. 더구나 7월로 시작되는 그것은 햇볕과 단비와 흰 구름과 무지개와 더불어 지치지 않는 성장의 시기를 함께한다.

60년 살던 시대에는 서른 살이 다시 시작하는 인생 절반의 나이였지만 100세를 산다고 말하는 때를 맞아 쉰 살로 그 나이를 옮겨 버렸다. 제법 경험도 쌓이고 아직 힘도 쓸만한 한창 좋은 세월의 나이가 점점 뒤로 늘어나고 있다. 인생의 7월이 벌써 서른 살에서 쉰 살로 늘어나 있다. 7월을 수식어로 갖는 여러 가지는 활력을 동반하는 그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7월의 신부, 7월의 청춘, 7월의 동반자, 7월의 산책, 7월의 하늘 등 7월의 무엇은 언제나 싱싱한 초록색이다. 7월의 인생이란 말은 그 중에서도 듣기 좋은 표현이 된다. 숫자 나이에 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언제나 7월을 사는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은 시절이다.



낙원의 계절은 7월의 계절이 분명하다. 지금 우리는 그 낙원의 때와 만나고 있다. 7월의 숲 길에서 낮게 드리운 나무 가지 잎새 사이로 나아가고 있다면 감사해야 할 일이다. 더하여 구슬 구르는 새소리까지 들려오면 더욱 그렇다.

마음씨 좋고 해 주는 것 많은 젊은 아저씨 같은 7월이 그러나 가끔 견디기 어려운 무더위와 비바람을 슬쩍 꺼내 들어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그래도 그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생명들의 무대는 여전히 아름답다. 문득 눈 앞을 스치고 날아가는 잠자리의 날개 짓이 어떤 서늘함을 실어오고 은빛 날개가 하얀 태양 아래 반짝거리는 7월이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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