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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이상하고 슬픈 시대

삶은 최전방이다/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삶이 너무 촘촘해서 질식할 것 같은/ (...)사랑은 말자/ 사랑을 해도 결혼은 말자/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말자/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아이는 무럭무럭 시들어 갈테니/ 시들시들 메말라 갈테니/ 이렇게 이상하고 슬픈 나라에서/ 어쩌다 사랑에 빠졌다고 결혼하지 말자

-고은강 시인의 '고양이의 노래5' 부분

출산율 저하의 문제가 나라마다 위기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아직도 농경사회를 벗어나지 못한 후진국을 빼고 중.선진국에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상당히 부담인 시대가 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올해 출산율이 1명 밑으로 추락하고, 이대로라면 2022년 이전에 지구상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될 거라는 신문보도가 있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국가의 걱정거리가 되던 시대가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내가 91년생인 셋째를 낳을 때 두 자녀 이상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산아제한 정책 때문에 둘 이상을 낳을 때는 보험혜택도 주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이제 아이를 낳지 않아 국가가 속을 태워야 한다니.



저출산의 원인은 시대 상황과 얽혀 다양하다. 출산의 당사자인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육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힘들어지고, 아이들의 교육비가 만만치 않다 보니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특히 여자에겐 상당한 부분들을 포기하게 만든다. 임신과 육아는 일시적 수고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긴 인내를 필요로 한다.

아이는 사랑으로 잉태된다. 그러나 시인은 사랑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말자고 한다. 시인의 말이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포효처럼 들린다. 지난 시절 보다 훨씬 좋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이는 세대들의 엄살만으로 들을 일이 아닌 것 같다. 절박함이 느껴진다.

그렇더라도 지나치게 겁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암울함은 지나치게 귀가 밝아 이말 저말 듣는 탓이기도 하다. 미래란 가보지 않은 길, 다만 예측될 뿐이다.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예측이 가능하지만 예측이 다 적중하는 것도 아니다. 살다 보면 안다. 어디든 돌파구가 있더라는 걸. 살아지더라는 걸.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수고와 헌신에 비하면 그다지 남는 장사가 아니다. 투자 대비로 볼 때 원금상환도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베푸는 사랑을, 참 사랑을 알게 되었다. 사회적 입지를 세우는 희열보다 더 감동되는 순간순간을 아이를 통해 얻기도 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았더라면 절대 경험하지 못할 갖가지 삶의 묘미를 맛보기도 했다.

이상한 시대, 이상한 나라에서 사랑조차 거절해야 한다고 토로하는 젊은이들. 그들을 옥죄이게 하는 것이 현재인지 미래인지. 현재라면 견뎌볼 각오는 해봤냐고 묻고 싶고, 미래라면 불안한 예측에 겁먹지 말라고 하고 싶다. 삶이 만만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두렵고 비정한 것만은 아니잖은가.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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