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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인사말-지내다, 보내다

우리가 가장 자주 하는 인사말 중 하나는 '잘 지내죠?'나 '잘 지내세요!'일 겁니다. '잘 있었어요?', '안녕히 계세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표현입니다. '있다'나 '계시다'는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면 '지내다'라는 말에는 지속성이 느껴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내는 것은 시간이 지나가는 것입니다. '지내다'와 '지나다'는 같은 어원입니다. 지나게 하는 것이 지내는 것입니다. 잘 지내냐는 말에는 '잘 지나가게 하고 있나'하는 의미가 숨어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지나가게 하고 있는 걸까요? 여러분은 무엇을 지나가게 하고 있나요?

다른 인사말로 우리는 '보내다'라는 말도 합니다. 설날이나 추석을 잘 보내라는 말을 하기도 하죠. '지내다'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보내는 것은 떠나게 하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머물지 않게 하는 것이죠. 있는 것도 계시는 것도 아닌 상태로 만드는 것이 보내는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걱정이나 근심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닥칠 일 중에서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대비하는 것이겠죠. 인간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발전해 왔을 겁니다. 걱정도 진화의 흔적이겠죠.

걱정의 다른 말은 준비와 대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걱정과 근심은 근본적으로 지금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한 괴로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내일이 지나가면 내일 일은 끝이 나겠지만 그 전까지는 걱정이 남아있게 됩니다. 걱정을 옅게 하기 위해서 생각을 딴 데로 돌리고, 다른 주제의 대화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바보라고 하는 사람은 이러한 걱정을 하지 않는 현자입니다. 반면에 현자는 걱정 속에서 세월을 보내는 바보일 수도 있습니다. 누가 현자이고, 누가 바보인지 헷갈리지만 세상은 그렇게 저에게 다가옵니다. 저는 늘 기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려고 합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외롭고 힘든 이의 고통을 함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내 작은 걱정과 근심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웃을 줄 압니다. 세월이 지나면 이것이 지나친 걱정이었음을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당장의 괴로움에 아침을 잊고, 식사를 잊고, 세상을 잊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혹여 있었을 잘못을 깨끗이 반성하고, 더 뉘우치는 것이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결과는 신께 맡기는 것이죠.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걱정과 근심, 괴로움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건강하게 만들 겁니다. 당장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을 잘 지내야겠습니다. 지내는 것은 잘 지나가게 하는 겁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모든 것은 지나가게 마련입니다. 어쩌면 고통뿐 아니라 행복과 기쁨도 지나가는 것입니다. 잘 지내냐는 인사와 잘 보내라는 인사에 우리의 고통과 외로움, 슬픔이 떠올려 보세요.

우리의 고통, 슬픔을 잘 지나가게 해야겠습니다. 잘 떠나 보내야 하겠습니다. 아니, 잘 지나가면 좋겠습니다. 잘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 또한 지나갈 줄 알면서도 걱정을 하는 게 사람인가 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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