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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내겐 너무 버거운 TMI

민경원 / 한국 대중문화팀 기자
민경원 / 한국 대중문화팀 기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9/06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8/09/05 16:32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시시콜콜 근황을 털어놓다가 들은 얘기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TMI(Too Much Information)'라니. 평소 말깨나 한답시고 모임 자리를 주도하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저런 단어를 진짜 입 밖으로 소리 내 발음한다니. 우는 모습을 형상화한 'ㅠㅠ'를 육성으로 들었을 때만큼이나 놀라웠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참 잘 만든 줄임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과도한 정보'라,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우리는 실제로 너무 많은 정보를 공유하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몇 년 전 유행한 '안물안궁'과는 차원이 달랐다. 내가 물어보지 않거나 궁금하지 않은 것과 불필요한 정보가 유통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얘기이므로.

한데 세상은 점점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SNS에는 내가 몰라도 되는 것들이 넘쳐난다. 지난달 인터넷 뉴스난을 뜨겁게 달궜던 방송인 엘제이와 류화영의 열애설만 해도 그렇다. 청춘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임에도 이들의 소식은 축하 받지 못했다.

한쪽은 인스타그램에 상대방 동의 없이 사진을 올림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했고, 다른 한쪽은 상대방이 주장한 모든 내용을 일일이 반박하고 수정함으로써 너무 많은 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대체 어디까지가 나에게 유효한 정보이고 모두가 알아야 할 내용일까. 속단할 순 없다. 나 역시 묻고 쓰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기에 항상 그 경계에 서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말이다.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이 벌인 난타전 역시 폭력적이지만, 거기에 휘말리는 것 또한 다분히 폭력적인 경험이란 사실이다. 한번은 궁금해서 클릭했지만,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소식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서비스란 명목으로 계속해서 나를 따라오는 동안 정작 내가 필요한 정보 혹은 알아야 할 뉴스는 놓쳐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해서 쉽게 과부하에 걸릴뿐더러 시야가 점점 좁아져 사고를 더욱 편협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다.

기왕 TMI란 용어가 통용되게 된 이상 TMI 에티켓도 함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직장 상사가 자신의 배변 습관이나 건강 상태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주저 없이 'TMI 주의보'를 울린다거나 누군가 결혼은 했는지, 자식은 있는지, 둘째는 낳을 건지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센스 있게 옆에서 'TMI 커팅'을 해준다거나 하는. 그러다 보면 스스로 "아, 이거 TMI지" 하면서 깨닫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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