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Glowing - 마지막 표정

"You are glowing. What's going on?" 한 직장 동료가 임신을 했다. 그녀 얼굴에서 광채가 피어났다. 임신이란 많은 이에게 생의 굵직한 마디를 장식한다. 임신은 신체적으로 많은 고통을 안겨주지만 정신적으로는 도파민 수치가 최고에 달하는 신비한 경험이다.

'Glowing' 참으로 아끼고 싶은 단어다. 물론 사전적 정의는 '빛나다'는 뜻이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광채만이 아닌 몸 속의 세포 하나 하나가 행복감에 푹 젖어 몸 밖으로 발산되는 빛의 현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많이 노력해야겠지만 나도 광채가 나는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와 서로 소개하는 상황에서 광채가 나는 사람은 구태여 명함이 필요 없다. 한국에서는 화려한 명함을 먼저 내밀지만 미국에서는 "Hi, I am John"이 전부다. 대화가 무르익어가면서 서로를 알고 느끼고 배워가게 된다.

미국인들은 아주 실질적이다. 이론보다 실생활에 기초를 두고 센스 있고 현실적이다. 실용주의(Pragmatism)는 18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철학사조로서 20세기에 들어 윌리엄 제임스와 존 듀이와 같은 철학자들에 의해 발전되었고 그 후 미국인들의 기본적인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양반들의 정서가 지금도 몸에 배어 형식, 체면, 위신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겉치레에 혹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내 생활에 충실할 수 있는 미국생활에 나는 대만족이다.

혼을 담은 눈으로 또 사랑을 담은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면 광채가 피어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이 세상 모든 것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의 감각이므로 감각이 살아있으면 세상을 느낄 수 있다. 겉모습과는 상관없이 묵묵히 주어진 길을 가고 있는 성실한 이들, 그들이 처한 불행한 환경이나 병마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이들, 부족한 상황에서도 선행을 베푸는 이들 아름답고 존경한다. 마음이 건강하면 흔들리지 않고 광채가 난다. 난 그 광채에 민감하다. 때로는 그 광채에 가슴앓이도 한다.



우리는 평생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삶에 완성이란 없다. 죽음은 끝이다. 누구나 미완성인 채로 죽음을 맞게 된다. 죽는 순간 평생 살아낸 삶을 마지막 표정으로 남기게 된다. 자신만의 고유한 또 섬세한 표정을 남기기 위해 우리는 보고 듣고 느끼고 감동하고 풍요로운 삶을 갈구한다.

경험과 연륜이 쌓이고 녹아 들어 내면이 깊어진다. 내면에 침잠하게 되면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고 모든 움직임이 춤이 될 수 있다. 귀로 듣지 않고 영혼으로 듣는 음악 내 내면이 평온하고 고요할 때 들린다. 새소리, 빗소리, 바람소리도 생명의 음악이 된다.

광채가 피어나는 사람을 만나면 내 안의 깊은 울림이 마그마처럼 폭발한다. 인간은 언어와 자의식, 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통찰력을 기반으로 의식이 발달된다. 의식이란 늘 능동적이고 선택적이기 마련이다. 의식은 나에게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나의 지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당연히 모든 감정과 의미는 나만의 독특한 것이 된다. 거기에는 나만의 정체성이 따른다. 카메라에 잡힌 배경처럼 의식세계에 흐르는 정보는 무관하다. 하지만 의식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선택하며 나만의 개성을 이룬다. 이 개성을 연단시키면 섬광을 뿜어내는 생명을 읽고 볼 수 있다. 이런 눈을 심미안이라 부르고 싶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누구나 안다. 겉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을 감지할 수 있는 심미안을 키우고 싶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우리의 오감으로 이 아름다움을 감지할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마지막 순간, 마지막 기억, 나는 죽을 때 무엇을 떠올릴 것인가. 후회와 미련을 떠올리기 보다는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사랑했던 모습을 누구나 기억하고 싶을 것이다. 마지막 표정이 아름답도록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정명숙 / 시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