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생각하며] 전쟁 없는 땅에서 후손 기르자

1. "삼촌! 지금 한국에서 사업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입니다." 부산에서 소방관련 사업을 하며 한때는 개성공단까지 출입하는 등 수완을 보여왔던 장조카의 하소연이다. 대기업의 간단없는 노동시간에서 해방되었다며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는 A조카와 달리 장조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폭등하는 서울의 아파트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각종 규제를 발동하고 은행 돈을 묶으면서 애먼 지방도시가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거기에 2018년 최저임금을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무리하게 인상한 것도 모자라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면서 시급노동자를 주로 사용해왔던 요식업 등 소상공인들이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문을 닫는 통에 경기에 민감한 건축업이 직격탄을 맞게 되고 이에 연계된 자신의 사업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 왔다고 좋아하는데 다른쪽에서는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밀려 나라경제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하니 마치 문재인 대통령 입장이 비 오는 날 짚신장수와 우산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 심정이 아닐까 싶어 안타깝다.

2. "요즘 한국 젊은이들 제정신이 아닙니다. 이러다 한국이 북한 김정은이한테 먹힐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두고 보이소." 동창들과 함께 택시로 이동하며 두 조카의 상반된 입장을 화두삼아 이야기 중인데 갑자기 70대로 보이는 택시 기사가 '훅' 하고 대화에 뛰어들며 던진 모진 말이다. 한국의 온 젊은이들을 싸잡아 정신이상자에 싸가지 없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도 모자라 남북화해와 공동번영의 새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나오니 어이가 없다.

이어진 그의 이야기-택시를 운전하면서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한심할 때가 많다에서 시작, 너무 쉽게 돈을 벌 궁리를 한다거나 너무 저나 자기 가족만 챙긴다. 어른들에게 불공손 하고 공공질서에 경우가 없다. 어렵고 힘든 일은 배척하면서 걸핏하면 머리에 띠 두르고 뛰쳐나와 교통을 방해하므로 택시영업에 지장을 준다. 대충 이런 이야기다. 그러면서 일행을 향해 우리세대가 얼마나 무섭게 일했느냐? 그야말로 한 손에 총칼 들고 한 손에 망치 들고 지켜 이룩한 자유민주국가 아니냐? 그런데 이런 기성세대의 노력과 정성을 무시하고 요즘 것들은 김정은이를 통 큰 한 나라의 지도자쯤으로 오판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안겨줄 정의의 사도쯤으로 치부하는 것은 모두가 좌파정부의 친북 탓이라며 얼마 안가 남한이 김정은이한테 먹힐테니 두고 보란다.



3. C조카는 소위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으로 행세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데 시간을 사용하지 말고 지금 이순간을 즐기자는 일부 젊은이들의 세상살기의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올해 나이가 사십인데 전혀 결혼같은 것은 안중에 없다. 꽤 괜찮은 건축회사에서 설계 일을 하며 번 돈을 묻지마 혼자 소비한다. 여태껏 홀로 사는 어머님 집에 얹혀살며 제대로 생활비를 내본 적이 없는데 저축한 돈도 거의 없다. 그랬던 그가 몇 달 전부터 독립한답시고 짐을 꾸려 나가더니 5백만원의 보증금에 월 40을 내는 오피스텔을 얻었고 차는 말썽 많은 BMW를 월 80만원씩 내고 타고 다닌다. 나이 사십에 결혼할 여자도, 모아둔 돈도 없으면서 월세 40의 공동주택 지하에 삐까번쩍한 BMW! 웃기는 조화 아니냐는 것이 그의 형들의 한결같은 질타와 뭇매질이지만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산다.

갈등(葛藤)이란 일반적으로 복수의 당사자들이 양립불가능한 목표 또는 가치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표출되는 대립적인 상호작용이다. 쉽게 말해 사업하는 장조카의 열심히 일만하면 모두가 좋다는 노동관과 대기업의 돈과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맞바꿀 수 없다는 B조카의 목표와 가치는 전혀 양립불가하고 또 70대 기사의 삶의 방식이 절대선(善)이고 C조카의 욜로 삶이 절대 악(惡)이란 가치기준도 해결책 없이 평행선을 달릴 갈등 요소일 뿐이란 말이다.

문제는 정치다. 오늘도 여야는 남북회담 참석여부를 놓고 기싸움 중이다. 우리의 도움이 행여 타 진영의 성공에 빌미가 될까 하여 전전긍긍 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정치이자 무고한 백성들을 편가르는 갈등 발원지다.

한반도에 드리워져 있는 죽음의 진한 먹구름인 핵을 도려내고 우리 후손들에게 전쟁 없는 평화를 심자는 대 원칙 앞에 이번 한 번 만이라도 겸허하게 무릎 꿇고 성공만을 기도하였으면 한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