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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센티오, 에르고 숨'

'예기(禮記)'에 나오는 '무불경(無不敬)'이라는 구절은 이 세상 모든 삼라만상이 모두 존경의 대상이라고 설파한 것이다. 무불경 때문은 아니지만 호기심이 많은 나는 사람은 물론이려니와 동식물이며 자연에서 늘 배우려는 학습지심을 가지고 산다. 박물관에 가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 감상하기를 즐기고, 음악을 좋아하고, 공연 예술에 희열하며 독서 삼매경에 빠지면서도 창 밖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산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 풀벌레의 합창,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 코끝을 애무하는 비단결 같은 바람, 이슬방울, 봄마다 나무에 새로 돋아나는 황홀한 연둣빛 잎사귀, 숲으로 이루어진 산이 겹겹이 모여져 만드는 '산 무지개'에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아마도 이렇게 이 세상 존재 모두를 스승이라 여기는 게 내가 살아가는 방법인 것 같다.

서양철학은 논리적이고, 동양철학은 사색적이라는 학자들의 말에 동의한다. 사람들은 인상이 강한 나를 싸움닭으로 본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정말 싸울 줄을 모른다. 그런 상황이 발발하면 그냥 눈물부터 쏟아진다. 집에 와서 펑펑 울고 나서야 "아, 내가 그때 왜 이 말을 못했지?"하며 맞받아치지 못한 말들이 비로소 떠올라 억울해하는 형이다. 싸움은 이렇게 못하는데, 화는 잘 낸다. 뒤돌아서면 곧 잊어버려 뒷감당도 못하면서, 아홉 번 참다가 한 번을 못 참고 화를 팍! 내는 바람에 허구한 날 공든 탑이 무너진다. 사색적인 동양철학은 '화해의 철학'이라는데, 화해의 근간이 되는 '관계'에 이처럼 서투르니 본의 아니게 오해 받는 일이 다반사다. 오해 받으면 얼른 그 오해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귀찮아서 시도조차 하지 아니하니, 본의 아니게 적 아닌 적이 생성되는 것이다.

맹자는 사람의 품격을 6단계로 나누었다. 첫 번째부터 설명하자면 도(道)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선인(善人)', 도를 지닌 사람은 '신인(信人)', 도를 충실하게 갖춘 사람은 '미인(美人)', 도가 깊어 겉으로까지 그 미덕이 드러나는 사람이 '대인(大人)', 대인으로서 한층 더 진일보해 변화를 이루면 '성인(聖人)', 마지막으로 성인으로서 그 경지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은 '신인(神人)'이다. 맹자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인간으로서 완전 허당인 나는 어디에 속할까.

고등학교 한자(漢字) 시간에 대학(大學)의 팔조목에 등장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설명하면서 선생님이 강조하신 것은 성실한 의지와 바른 마음을 갖도록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 사람답게 살게 하는 첫 번째 덕목이고, 세상까지도 바르게 만들 수 있는 참 길이라고 설명하셨다.



윌 듀랜트도 철학을 '지혜, 혹은 깨달음의 추구'라고 정의한다. '지혜는 살아가는 기술이며 최종 목표는 행복이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자기 덕성을, 자신을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자기 내면의 덕성을 행복의 요건으로 꼽았다. 그 행복을 나는 이 세상 모든 만물에서 찾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존재들에게 호기심을 잔뜩 장전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라고 말한 데카르트에게 나는 '센티오, 에르고 숨(Sentio, ergo sum.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라고 말해줄 터이다. 비록 논리적이지 못해 싸움에는 질망정 가슴으로 더 많은 것을 느끼며 학습하려는 의지는 누구보다 강하니 말이다. 도달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도가 깊어 미덕이 드러나는 맹자의 '대인'이 되고자 하는 게 내 꿈이다.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자연 속에서 걷는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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