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뉴욕의 맛과 멋] 이 남자가 사는 법

-한계를 향한 열정

인생은 탐험이고 모험이다. 그래 그런지 영화 중에서도 산악 영화를 보면 전율이 느껴지고, 용솟음치는 영감을 얻게 된다. 요즘 내가 눈독 들이고 있는 영화가 두 편 있다. 딸들이 산을 좋아하는 엄마가 좋아할 영화라며 추천해준 '메루(Meru), 한계를 향한 열정'과 '프리 솔로(Free Solo)' 두 작품이다.

'메루'는 콘라드 앵커, 지미 친, 레넌 오즈터크 등 3명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스페이스 등반팀의 인도 메루 피크 등반기다. '하늘로 통하는 입구'라는 뜻의 메루는 인도 델리에서 약 600Km 떨어진 가르왈 히말라야 강고트리 산군에 있는 최고봉이 6600m 고산으로, 5개의 연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등반팀은 중앙봉인 '샥스핀(봉우리 형태가 상어 지느러미를 닮았다고 해 붙인 별칭)'을 등반한 것이다. 수많은 등반인들이 시도했다가 실패도 많이 한 이 산이 얼마나 험했으면 2013년 북벽 초등정에 성공한 한국팀의 한 대원이 "우리는 전투를 치르고 왔다. 하루에 한 끼라는 배고픔과 전투를 했고, 평균 각도 110도라는 벽과 전투를 했다. 부실바위의 극치와 전투를 했고, 극한의 추위와 전투를 했다"면서 함께 등반한 세 대원들이 "다시는 인도에! 메루피크에! 오지 말자!"고 다짐을 했단다.

'메루'를 만든 지미 친과 차이 바사렐리 콤비가 다시 손잡은 '프리 솔로'는 영화 제목부터가 낯설었다. '프리 솔로'란 극단적인 등반으로, 로프나 추락에 대비한 안전 장비 없이 손에 난 땀을 제거할 가루 형태의 초크통과 암벽화만 가지고 하는 암벽 등반을 칭한다. 영화는 이 시대 최고의 등반가인 알렉스 호놀드가 지난 2017년 6월 3일 3시간 56분 만에 3300피트의 요세미티 '엘 카피탄' 정상에 오르는 숨막히는 여정을 고도의 촬영기술로 담은 것이다.

인터뷰 기사를 보면 그는 어떤 지점에 이르렀을 땐 마치 유리면 위를 걷는 것 같았고, 잡을 곳도 밟을 곳도 없는 매끄러운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 같았다고 한다. 더 기막힌 것은 2300피트 지점에서 지지대가 너무 작아 오로지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에만 의존해서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겁이 없는 건지 미친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오죽하면 과학자들이 알렉스의 두뇌가 공포감을 느끼는 부분에서 보통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연구하고 있을까. 정작 알렉스 본인은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면 겁에 질리지 않는 건 쉬운 일이다"며 태연하다. 죽음과도 대범하게 맞서는 32세 알렉스의 솔로 클라이밍은 막대한 자기 컨트롤과 초절정의 집중력으로 로프 없는 암벽타기를 통해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답안을 제시하는 희망의 계시이기도 하다. 그처럼 목숨까지 내놓고 정진하면 적어도 한 가지라도 무언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얼마나 멋진가. 죽음도 내려놓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새삼 나이가 민망하고, 죽음을 불사하고 좋아할 수 있는 무엇이 보이지 않는 지난 생이 갑자기 작아 보인다.




이영주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