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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CHAM 칼럼] "시골로 갈수록 아름다운 나라"

19년 전 영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운 좋게 은행에서 지원해 주는 해외 석사 과정에 선발되어 런던 소재 한 대학교에서 Finance 석사 과정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런던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당시 런던지점장님이 영국에 연수를 오게 된 저희 직원들을 환영하는 만찬을 제안해 주셨고, 런던 소재 한식당 한 곳에서 10명 남짓한 직원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당시 런던지점장님은 참석한 직원들에게 질문 하나를 하셨습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뭐지? 제일 왼쪽 끝에서부터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말씀해 보세요."

역시 공짜 저녁은 없습니다. 잠시 고민 끝에 저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면 선진국이고, 개인의 재량에 의해 많은 것이 결정되는 사회면 후진국이라고 답변을 하였고, 다른 직원 한 분은 예측 가능한 사회가 선진국이고, 내일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나라면 후진국이라고 답을 하셨습니다. 물론 런던지점장님이 생각하시던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당시 지점장님이 말씀하신 정답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차피 유일한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몇 년 전 퇴직하신 또 다른 선배님의 답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한 선배님이 "후진국은 시골로 갈수록 비참하고, 선진국은 시골로 갈수록 아름답습니다"라고 답변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그 선배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어떻게 거의 숫자만 보고 사는 은행원이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저렇게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하고 감탄했습니다.

요즘 한국은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와 노후 빈곤 문제에 대해 염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이곳 미국에서도 베이비 부머들 관련한 경제기사를 종종 접하게 되고, 최근에는 미국에 사는 한인 노인들의 자살 기사를 보며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2017년 2월부터 두 번째 뉴욕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10여 년 전 처음 뉴욕 주재원 생활을 할 때에 비해 뉴욕 등 대도시는 더욱 커지고 활발해진 느낌입니다만, 미국의 시골은 오히려 전보다 쇠락해 보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복잡다단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역사상 겪어 보지 못한 노년을 보내야 하는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담스럽고, 바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젊은 시절을 열심히 일한 세대들이 조금은 편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시골, 도시 생활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부모님 곁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젊은이들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품어줄 수 있는 '아름다운 시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OCHAM 이사회사


반영은 / KDB 산업은행 뉴욕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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