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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우리 모두 함께 울었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 중에 2019년 'Daisy Award Winner'가 있습니다." "그 대상의 영예로운 수상자는 정명숙 입니다." "저요?"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중환자실에서 27년째 근무해오고 있지만 이런 대상은 처음이다. 사회자의 수상자 발표 후 곧바로 나를 대상 후보에 추천한 일 년 전에 죽은 환자의 딸이 추천서를 직접 읽었다.

"…We were not strangers to hospitals as it had been 21 months since his cancer diagnosis and he had gone through multiple treatments and failed bone marrow transplant, Yet we were all still unprepared for the MICU(Medical Intensive Care Unit). This is where Myung Oh RN(정명숙) made all the difference. She was calm, compassionate and highly attentive to my father and my family during the hardest and saddest time in our lives. …Myung served to make the MICU humane. …She made sure his complaints did not fall on deaf ears. all his requests were met…."

그녀는 벅차 오르는 슬픔에 무너졌고 거기 모인 우리는 모두 함께 울었다. 곧바로 환자의 미망인이 환자는 'Nurse Myung'을 위해서 꼭 무엇인가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숨을 거두었다고 고백했다. 장례를 치르고 난 후 환자 딸은 그 무엇을 찾기 위해 거의 일 년을 혼자 연구했단다(환자는 2017년 12월 10일 사망). 순간 내 머리 위에는 데이지 왕관이 쓰여 졌고 꽃다발과 풍선, 상장, 상패, 상금 등 깜짝 파티에, 스폿 라잇에, 카메라 세례로 한참 동안 얼이 빠져나갈 뻔 했다.

우리 모두는 감동했고 행복했다. 간호사로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모인 간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뛰어난 간호사들이다. 나는 27년째 여기 중환자실에서 근무해오고 있으며 한결같은 자세로 환자를 대한다. 하지만 여태껏 그 어느 누구도 당신들처럼 이 행사를 주선하고 직접 참관한 경우는 없었다. 당신들이야말로 고마움을 알고 이를 표현하고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당신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그 후 데이지 상에 대해 알아보았다. 과학자들에게는 노벨상, 문학인들에게는 노벨 문학상 그리고 언론인들에게는 퓰리처상이 있듯이 간호사들에게 주어지는 빛나는 노벨상이다. 한 번 대상을 받게 되면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 프로그램 학자금도 도와주고 특별한 자격증도 주어지고 'Sigma'와 같은 'Global Nursing Excellence'의 회원이 된다.

나이 많은 선배로서 병아리 간호사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게 되어 나는 행복했다. 엄동설한에 TV나 신문지상에 나오는 험악한 뉴스로, 또 많은 지인들의 건강에 적신호를 접하고 있는 일월에 가슴이 훈훈해지는 이 소식으로 올 겨울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이 세상에 누군가 나를 인정해준다는 사실에 뭉클했고, 또 이를 알리기 위해 그토록 시간과 노력과 열정을 바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이 세상은 아직도 살만하다.

AI시대, 4차원의 시대가 익어감에 따라 우리의 생활은 두렵도록 편해지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불안과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소시민은 각자에게 주어진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갈 때 작은 그림 하나하나가 큰 그림의 퍼즐을 맞추어 나가지 않을까.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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