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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내 눈에 제일 예쁜 꽃

꽃은 참 매력적입니다. 어느 문화 할 것 없이 꽃을 좋아합니다. 신께 바치는 제물에도 꽃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름 모를 들꽃 하나도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안 예쁜 꽃이 없습니다. 저마다 다양한 모습과 빛깔입니다. 꽃은 봄에만 피는 게 아닙니다. 봄, 여름, 가을 때로는 추운 계절에도 피어납니다. 사철 다른 꽃이 피어남도 고마운 일입니다. 꽃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됩니다.

얼마 전에 꽃이 예쁘게 피어 있는 공원에 갔습니다. 백합꽃이 가득하여 백합 정원이라고도 부르는 곳입니다. 색깔을 달리하여 피어난 백합은 우리의 눈을 끌기 충분하였습니다. 푸른 잔디 속에 피어난 백합은 밝고 건강했습니다.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맑아졌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꽃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저마다의 빛에 감사하고, 밝은 모습을 고마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은 우리의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꽃을 보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백합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온실이 있었습니다. 온실에는 평소에 볼 수 없는 다양한 꽃이 있었습니다. 절로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예쁜 모습이었습니다. 신기한 모습의 꽃이 신비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습니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꽃이나 묘한 색깔의 꽃은 새삼 세상이 아름답게 지어졌음을 감탄하게 합니다.

사진은 인화한 모습을 볼 때보다 찍는 그 순간이 더 행복한 것 같습니다.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대상에 마음을 집중하는 시간만큼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요? 집중하고 있는 1초가 내 온 마음을 가져갑니다. 사진기 렌즈 속으로 비친 세상은 오로지 자신만의 세상입니다. 내 눈으로, 내 생각으로 만나는 특별한 장면입니다. 이렇게 내가 만난 장면이 사진 속에서 오랫동안 남는 것도 행복한 일이겠죠.



백합 정원에는 노인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습니다. 그중에는 휠체어를 탄 모습도 많이 보였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꽃구경을 온 모습은 왠지 쓸쓸하면서도 따뜻했습니다. 꽃은 쓸쓸한 우리 마음을 위로합니다. 외로운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어쩌면 이 분들께는 이승의 마지막 꽃구경일 수도 있겠습니다. 잘 못 움직이는 노인들께 꽃을 자주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인들도 기운이 나고 좀 더 밝아질 수도 있겠습니다. 삶에 의욕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공원 안을 보니 휠체어를 탄 할머니를 좀 젊은 할아버지가 모시고 다닙니다. 아마도 90이 넘은 어머니를 70쯤 되는 아들이 모시고 온 듯합니다. 예쁜 꽃마다 휠체어를 세우고 할머니의 모습을 연신 찍습니다. 이쪽저쪽 어머니의 모습을 예쁘게 찍으려는 아들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 다양한 어머니의 모습이 담깁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표정이 없습니다. 어쩌면 사진은 찍는 것조차 모르는 듯합니다. 내일이면 전혀 기억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은 사실 아들 본인을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들은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을 찍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이 사진 속에서밖에 엄마를 만나지 못할 겁니다. 꽃보다 예쁜 엄마를 말입니다. 저도 내 눈에 제일 예쁜 사람을 사진에 담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한 사진 많이 찍으시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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