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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널드 파머 87세로 타계…2004년까지 마스터스 50년 출전

PGA 62승, 좌우명 'All or Nothing'
300개 코스 설계에 의류 사업까지
재산 6억7500만불, 우즈보다 많아

골프의 신은 유독 한 남자를 사랑했다. 그래서 그에게 모든 것을 허용했다.

누구보다 뛰어난 기량을 선물했고, 모든 이가 좋아할 만한 멋진 외모를 줬다.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난 그에게 막대한 부까지 선물했다. 친근한 이미지는 보너스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를 상징하는 한 가지, 카리스마까지 얹어 줬다. 골프 역사에 길이 빛날 만한 이 행운아의 이름은 아널드 파머(미국)다. '골프 황제' 파머는 전 세계 골프 역사에 빛나는 업적과 많은 유산을 남기고 25일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병원에서 저세상으로 떠났다. 87세. 지난해 8월 심장 수술을 받았던 파머는 최근 건강이 나빠졌고, 지난 22일 검진을 받기 위해 입원한 상태였다. 그는 병상에 누워 잠든 상태에서 세상에 이별을 고했다. '킹(the King)'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던 파머는 잭 니클라우스(76.미국), 개리 플레이어(81.남아공)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골프의 전설이다. 파머의 평생 라이벌로 꼽히는 니클라우스는 이날 "파머는 골프의 대명사였다. 골프계는 위대한 친구를 잃었다 "고 말했다.

1950~60년대 그는 '필드의 제임스딘'이었다. 모자를 쓰지 않고, 필드에서도 거침없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 장애물이 있어도 돌아가기보다는 직접 공략을 선택했다. 그의 좌우명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였다. 그래서 파머는 메이저 최다승(18승) 기록을 보유한 니클라우스보다 훨씬 인기가 높았다. 펜실베이니아주 영스타운의 시골 마을에서 그린 키퍼(골프장 관리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귀공자 같은 외모에 파워 스윙을 구사하며 항상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그래서 파머의 팬들은 '아니의 군단(Arnie's Army)'으로 불렸다. 아니는 아널드에서 나온 애칭이다. 날렵한 몸매에 멋진 외모까지 갖춘 파머는 뚱뚱한 데다 슬로 플레이로 유명했던 니클라우스와는 여러모로 대조를 이뤘다.

파머의 등장으로 골프는 부자들의 주말 운동에서 대중들이 즐겨 보는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를 존경했고,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를 사랑했다. 골프위크의 칼럼니스트 애덤 슈팩은 "파머의 인기는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슷했다"고 평가했다.



1954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프로로 전향한 파머는 PGA투어에서 통산 62승(메이저 7승 포함)을 챙겼다. 역대 우승횟수 5위에 해당된다. 마스터스에 유독 강해 메이저 7승 가운데 4승을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거뒀다. 67년에는 PGA 투어 최초로 한 시즌 상금 100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파머가 공식 석상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올해 4월 마스터스에서였다. 심장 수술 뒤 거동이 불편했던 파머는 2007년부터 공식적으로 계속해 왔던 마스터스의 시타를 하지 못했다. 파머는 1955년부터 2004년까지 마스터스에 50년 연속 출전했다.

파머는 빼어난 기량과 신사적인 매너로 골프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은퇴 이후엔 사업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파머는 전 세계에 300개 이상의 골프 코스를 설계했고 그의 이름을 딴 의류 사업도 전개했다. 미국에선 그의 이름을 딴 음료(아널드 파머)까지 등장했다. 파머가 아이스티와 레몬티를 반반씩 섞은 음료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예 아널드 파머가 음료의 이름이 됐다. 파머는 대회 우승자에게 자필 축전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9일에는 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전인지에게 축하편지를 보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축전이 됐다.

코스 설계와 의류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그는 골퍼 중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 올해 3월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파머의 전 재산은 6억7500만 달러로 추산됐다. 타이거 우즈의 재산 5억40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2007년 기자는 마스터스가 열린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70대의 노장 파머를 만났다. "한국 골프팬들을 위해 골프를 잘하는 방법을 한 수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더니 파머는 기자의 어깨를 툭 치고는 눈을 찡긋하며 이렇게 말했다.

"젊은 친구, 그저 공을 세게 패란 말이야(Young man, Hit the ball hard)."


정제원·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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