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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나의 와인 인생

배문경 / 국제와인전문가 [WSET 레벨3]
배문경 / 국제와인전문가 [WSET 레벨3]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7/21 레저 11면 기사입력 2018/07/20 17:55

이 칼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지난 5년 동안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의 와인에 대한 자세와 생각, 지식 또한 많이 성숙해 진 것 같다. 그냥 가볍게 쓰기 시작해서 와인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WSET 학교에 등록해 레벨 2, 3, 지금은 레벨 4까지 공부하고 있다. 이게 다 이 글을 쓰면서 비로소 알게 된 와인과 나의 숙명인 것 같다. 와인은 알면 알수록 멋지고 신비하다. 나라, 고장, 밭, 생산자, 포도, 빈티지에 따라 어느 것 하나 똑같은 와인이 없고, 내가 그 와인을 열어줄 때까지 나를 몇 년, 어쩔 때는 몇 십 년을 기다려주는 나의 친구이기도 하다.

맨 처음 썼던 빈티지에 대한 칼럼이 아직도 생각난다. 왜 빈티지가 와인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지, 와인 생산지에 따라 빈티지를 정리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빈티지 외의 세계각국의 토양과 기후, 그리고 포도품종들과 와인 제조법이 와인에서 제일 중요한 기본이라는 것, 똑같은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이라도 지구의 반구에서 가까울수록 더운 기후 때문에 와인이 풍부하고 파워풀하며 멀리 갈수록 선선한 기후의 차분한 미네랄리티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의 와인에 대한 선호도와 미각도 많이 바뀌었다. 5년 전에 그렇게도 감동받았던 와인들 중 몇몇은 지금 내 와인셀러에서 먼지가 쌓이고 있고, 불과 작년에 내가 열정 넘치게 쫓아다니던 와인들도 옛 연인이 되어 있다. 그야말로 우리의 인생이 예상치 못하게 매해 바뀌듯이 와인과 함께 하는 인생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와인칼럼을 쓰면서 조금이라도 생생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와인산지들을 방문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보르도, 부르고뉴, 샴페인, 투스카니 등. 프랑스 2대 와인 산지 중 하나인 보르도는 막 수확 직전에 방문했었다. 수확에 대한 설레임으로 폭풍전야처럼 조용하고 종교의식과 같은 엄숙함이 감돌던 보르도, 종업원의 손에 이끌려서 들어간 가게에서 너무나도 친절하고 시골 아저씨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진 와이너리 주인을 만났었다. 보르도의 5대 샤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샤토 페르튀스, 바로 그 페르튀스의 원래 소유주를 만났던 것이다. 사토 페르튀스는 브로도의 오른쪽 언덕, 즉 지롱드강의 라이트뱅크의 포므롤 지역의 와이너리다. 5대째 내려오는 와인 집안에서 5년전 와이너리를 물려받았고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상을 받은 장본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소박하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그의 모습에서 뿌리깊은 전통과 역사, 그것이 만들어낸 위엄과 겸손을 느꼈다. 사람은 어때야 하는가를 느낀 순간이었다.

샴페인에서 느꼈던 감동도 아직 잊을 수 없다. 수확이 막 끝난 샴페인의 포도밭, 마치 산에서 바다를 만난 듯 넘실거리는 푸른 포도밭의 물결, 손톱으로 찔러도 푹 들어가는 석회암, 특히 한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불의 마술'이라고 표현된 대목 때문에 더욱 샴페인에 가보고 싶었었다. '신의 물방울'에서 주인공은 한국 음식과 맞는 와인을 찾아서 수백 종류의 와인을 마셔보며 한국의 맵고 짠 음식, 특히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을 백방으로 찾아나선 끝에 마침내 발견한 와인이 샴페인이었다. 처음엔 불처럼 김치의 매운 맛이 느껴지지만, 불이 비둘기처럼 변해 날아가는 마술과 같은 와인, 그래서 '불의 마술'이라고 표현하며 환상적인 궁합으로 묘사됐었다.

이 칼럼 덕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이른바 와인 종주국의 와인뿐 아니라, 미국, 뉴질랜드, 호주 등의 와인도 접하고, 아오욍이라는 중국의 럭셔리 와인에 대해서도 공부했었다. 와인의 명장도 다뤘고, 와인 에티켓에 대해서도 글을 썼었다. 와인학교까지 다녀가며 알찬 내용을 전하려 했지만 솔직히 부족함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수박 겉핥기라는 생각에 몇 번 그만두려는 마음도 먹었었다. 하지만 독자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5년을 달려왔다. 2주에 한 번이지만, 그 준비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고,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어렵게 느껴졌지만, 거꾸로 나는 겸손함을 배우면서 나 자신을 성찰하는 소중한 과정이기도 했다.

이제까지 저와 저의 칼럼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과 뉴욕중앙일보께 감사 드린다. 비롯 이 글이 나의 와인 & 스토리로서는 마지막이지만, 잠깐의 휴식 뒤 또 다른 와인의 여행을 떠날 것 같다. 5년 후엔 어떤 모습으로 와인을 접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래서 그 많은 장인들이 와인에 자기의 인생을 바치는 것 같다. 와인의 역사가 몇 천 년이 되듯이 우리들의 와인 여행도 계속되길 바란다.

김앤배로펌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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