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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수임 / 화가·맨해튼
이수임 / 화가·맨해튼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7/28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8/07/27 17:42

내가 하는 일들은 한방에 되는 일이 거의 없다. 서너 번 시도해야 겨우 될 듯 말 듯 하다가 질기게 밀고 당기면 결국 되지만, 그 과정이 힘들고 피곤하다. 나에게 닥쳐온 것들을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맞서 대응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기도 한다.

얼마 전 새벽 4시경에 일어나 창가를 서성이던 그 날 친구도 일찍 일어났단다. 다섯 시 반에 콜롬비아 대학 근처에 있는 교회 새벽예배를 갔다 와서 피곤하다며 우리의 만남을 그냥 전화로 대신하쟀다. 친구가 참석한 그 날 교회에 온 사람은 네 명이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솔깃했다.

감리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유치원과 중고등학교에 다닌 나로서는 서당 개 삼 년이면 뭐 어쩐다고 주워들은 것은 좀 있다. 대학 다닐 때는 함경도에서 피난 나온 옆집 착한 아줌마에 이끌려 정동에 있는 장로 교회를 다녔다. 교회가 끝나면 건너편 애플 살롱에서 데이트하기 위한 핑계긴 했지만. 선배 언니 따라 필동에 있던 침례교회도 다녔고. 연대 신학과를 졸업한 친구 따라 여의도에 있는 교회도 서너 번 갔다. 믿음으로 다녔다기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이었다.

미국에 와서도 옆집 아줌마 따라 퀸즈에 있는 아버지가 운영하시다 아들에게 물려준 교회도 다녔다. 플러싱에 있던 아르헨티나에서 온 신도가 대부분인 교회도 다녔다. 와잇스톤 익스프레스 지나는 길가에 있는 교회에 갔다가 목사님이 마음에 들어 뿌리를 내리려고 할뻔했다. 그러나 여신도들이 연락하며 모임에 오라는 성화에 고만뒀다.

퀸즈 철도 길가에 신도 수가 엄청 많은 교회도 가봤다. 차가 없던 시절, 픽업해주기를 바랐지만, 교회 밴이 브루클린에는 갈 수 없다고 해서 포기했다. 지금이야 발붙이기도 쉽지 않은 동네로 변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대부분 한인이 브루클린하면 대낮에도 코 베가는 줄 알던 시절이다. 요즈음은 길 가다 성당에 들어가 기도하거나 기회가 되면 절에도 간다.

사람 많은 곳에 가기 싫어하는 나는 특히나 교회에서 만난 신도들이 신방 오겠다. 구역예배 오라고 접근하면 조용히 뒷걸음쳐 사라지곤 했다. 결국엔 한가한 일요일 뒹굴며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친구가 말한 새벽예배는 왠지 내 스타일인 것 같다. 집에서 왕복 40블록 산책하기에 좋은 거리다. 그리고 조용히 예배만 보고 서둘러 가야 하는 아침이고 많은 사람의 모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교회 문이 닫혔으면 어떡하지? 하며 다가갔다. 빨간 문이 활짝 열려있다. 빨간 문도 마음에 든다. 하나님이 방황하던 나를 오라고 환영하는 듯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목사님이 부재중이었다. 조용히 기도만 하고 나왔다. 생전 처음 간 새벽 예배였는데…

이 도시에 혼자 남겨진 듯 새벽길을 조용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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