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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머리 자르기

변정숙 / 시인·베이사이드
변정숙 / 시인·베이사이드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7/28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8/07/27 17:43

잘라 주세요

아주 짧게



큰 거울 안에 있는 여자가

앵무새처럼 주문을 따라 하고 있다

저 여자는 나인가

내가 언제 거울 속으로 들어갔을까

마주 보는 일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눈을 감는다

낮은 등받이 의자는 화분같이 편안하다

세련된 가위의 춤이 시작되고

금속성 음률이 곡조를 탄다

나는 전능한 정원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온순한 나무가 된다

잔가지가 잘리고

사각 사각 다듬어지면서

전지되고 있는 것이다

가벼워 진다



살면서 더해지는 이 생의 무게는 무엇으로 전지해야 하나

웃자란 가지를 치듯

머리를 자르듯

매운 연기 같은 미움이거나

눈이 매운 슬픔이거나

삐죽이는 생의 잔가지들

아무런 아픔도 없이 자르고 다듬을 가위는 어디 있을까

가야지

낯익은 그러나 조금 낯선 여자가 처음처럼 일어 난다

내가 일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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