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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성모승천

8월이면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광복절입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되어 빛을 되찾은 날, 자유를 되찾은 날, 주권을 되찾은 날. 그리고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겪지 않으리라는 다짐과 이를 위해 힘을 길러야 한다는 자성의 시간입니다.

8월 15일은 우리만의 축제일이 아니라 전 세계의 축제일이기도 합니다. 바로 인류 역사상 가장 비참했던 세계 2차 대전이 1945년 봄 유럽에서 끝났지만 아시아 전선에서는 전범 일본이 그해 8월 15일에 공식적으로 항복함으로서 그 전쟁이 종식된 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년 후 1950년 11월 1일 우리나라에서 유래 없는 민족 상잔의 비극적 전쟁이 한참일 때 가톨릭 교회는 '성모 마리아의 하늘 나라로의 승천'을 새로운 '믿을 교의'로, 교황 비오 12는 이렇게 발표합니다. "원죄에 물들지 않고 평생 동정이셨던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생애를 마치신 뒤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의 영광에로 들어올림을 받으셨다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신앙의 진리이다." 그리고 그 축일을 2차 대전의 종전일인 8월 15일로 정합니다.

이 시기는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 세계가 전쟁의 참화 속에서 가족을 잃고 이웃을 잃고 집을 잃고 사회는 슬픔에 빠져있던 시기입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희망을 잃었던 시기입니다. 각 나라들은 이런 전후의 참상을 치유하고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시기였습니다.



이런 시기에 '성모 승천'을 믿을 교의로 지정한 것은 바로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믿음으로 인간인 성모님이 하늘로 들려 올려졌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줍니다. 우리도 믿음을 통하여 그렇게 구원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절망의 시기에 한줄기 빛으로 공표된 신앙고백이기도 합니다.

물론 성모 승천 교리가 현대에 들어와 믿기 시작한 신심이 아닙니다. 성모 승천의 대한 신심은 초대 교회 때부터 믿었고 전승으로 전해지던 신심입니다.

성모 승천에 대한 신학적 논리는 성모님은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무염시태 교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원죄 없이 태어나신 성모님이 세상 삶을 끝내셨을 때에 공신판 전에 올림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사흘 날에 부활하심으로서 죽음을 이기셨습니다. 이 승리는 단순히 예수님의 승리일 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의 승리일 것입니다. 이에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도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 들려 올려질 것이라는 희망의 신심인 것입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40일이 지난 후 하늘나라로 승천하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말로 예수님의 승천과 성모님의 승천이 같이 쓰입니다. 그런데 그 실체를 보면 이 두 승천 사건의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스스로 올라가신 사건입니다. 즉 영어로는 'Ascension' 이라고 씁니다. 올라가셨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모님의 승천은 이와 다릅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한한 한 인간으로 하느님에 의해 피동적으로 들려 올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영어로 'Assumption' 이라고 표현합니다.

가톨릭 교회의 성모신심과 믿을 교리에 대해 혹자는 인간을 너무 신격화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론합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교의 구원은 단순히 현세구복적이지 않고 내세 구원을 궁극적 구원으로 믿고 희망을 삼습니다. 따라서 공신판 때에 모든 믿는 이가 하늘나라로 들려 올라가면 우리는 거기서 영원히 평화롭게 살리라는 희망으로 살아갑니다.

성모님의 당신의 굳은 믿음으로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우리에 앞서 들림을 받은 것은 단순한 신격화가 아니라 희망의 메시지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리라는 희망이며, 오늘 삶의 무게를 견디며 고군분투하는 삶 속에서도 넉넉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김문수 앤드류 / 퀸즈 정하상 천주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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