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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그 뒤뜰에서 그리움만 보았다

구름이 두껍게 살이 오른다

축축한 여름의 한 나절 외출이다

간섭 받지 않은 초록 벽에서 흐르는 에너지가

목에 넘긴 붉은 와인에 복사열을 더한다





취하지 않은 바람도 산허리를 잡고 제 갈길 가는데

홀로 몸부림하다 붉은 용이 되어가는

한 그루의 조선소나무

묵은 그리움 주체 못해 서양에서 굽은 허리

숲은 뒤로 하고 땅만 짚고 갈수 있겠는가

한 문밖 내다보며 눈물 대신 솔방울을 내린다

지우고 찾아 갈 수만 있다면

뽑고 지울 수만 있다면

나는 그 뒤뜰에서 그리움만 보았다



좁쌀만 한 눈을 크게 뜨고

접시에 엎드린 바다가재의 접히지 않는

부채 살 같은 꼬리에서도

바다의 알갱이가 빠지지 않아 타들어가는

조개의 혀에서도

지글거리며 뱉어내는 쌀뜨물 같은 바다의 그리움들



짝 찾아 내려온 사슴만 쫓기고

와인 속에 녹는 뒤뜰의 정은 옥수수가 태워 주고

돌아서는 차바퀴소리도 또 만나자 한다



다래 익는 계절을 두고

떠날 길을 채비하는 제비가

벌써부터 출행연습을 맞추었다하는데

보내지 않아도 헤어지겠네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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