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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미련과 기대

달력을 보지 않아도 문득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여름의 끝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보내는 마음이 시원하면서도 휴가철이 지난다는 것이 아쉬움이 됩니다. 가을을 기다리며 여름에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 삶에 기대와 미련은 아주 인간적인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삶은 결정을 강요합니다. 그 결정은 짜장면과 짬뽕 보다 더한 혼돈(?)에 빠지게 합니다.

지난 주일 가톨릭 교회의 연중 21 주일 미사 복음은 요한복음의 6장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기적과 '생명의 빵' 관한 교훈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외딴 곳에 장정만도 오천이 넘는 군중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였고 저녁이 되어 음식을 구할 수 없자 예수님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 다음 모든 군중을 배불리 먹입니다. 이 기적에 군중은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왕으로 모시려 하고 이에 예수님은 호수를 건너 카파누움으로 피합니다.

그러나 군중은 그 곳까지 쫓아오고 예수님은 이에 '생명의 빵'에 관한 설교를 하십니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고 당신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릴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하며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합니다.

예수님은 만나를 먹은 사람들도 결국 죽었지만 당신의 살과 피인 생명의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라 말씀하시며, 썩어 없어질 육적인 것에 마음을 두지 말고 영원한 영적인 것에 마음을 쓰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많은 제자들이 이 말을 믿지 못하고 떠나갑니다. 그럼에도 시몬 베드로는 고백합니다.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있습니다."

성경은 기대와 미련 사이에 어정쩡하게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머물든지 떠나든지 결정을 해야합니다. 믿든지 믿지 않든지 결정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사랑으로 우리에게 당신을 믿을 것을 바라십니다. 그리고 당신이 보여주는 방향으로 떠날 것을 바라십니다.

기대는 설레는 가슴으로 준비하고 떠나게 합니다. 이는 여행을 떠나듯 목적을 동반한 공간적 떠남일 수도,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으로 오늘을 준비하고 설렘으로 내일을 맞이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결국 변화에 대한 우리의 자세입니다. 그 떠남은 더 좋은 것을 바라는 기대에 대한 적극적 행동입니다.

변화에 대한 기대는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떠나게 하지만, 미련은 떠밀려 가게 합니다. 미련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나 후회일 때가 많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과거의 영광이나 친숙함에 대한 향수를 증폭 시깁니다.

또한 과거에 대한 후회는 실패에 대한 분노와 미움과 자책감입니다.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라며 과거에 대한 미련에 갇혀버립니다. 미련은 결국 오늘을 투덜거리며 내일로 떠밀려 갑니다.

세상은 어쩔 수 없이 변하고 그 변화에 떠밀려 가는 사람이 아니라 목적을 갖고 그 변화를 적극 대처하는 사람을 하느님은 원하시고 그들에게 방향을 알려주십니다. 하느님은 적자생존의 소수 정예를 위한 방향이 아니라, 힘있고 갖은 이들을 위한 방향이 아니라 남녀노소 빈부격차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과 함께 더불어 같이 동행하는 것을 바라십니다.

요한복음 6장의 마지막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떠나갑니다. 그리고 시몬 베드로를 비롯한 열두 제자만이 머무릅니다. 그런데 아이러하게도 떠나간 이들은 과거에 머물고 열두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위해 떠나갑니다.

믿는 이는 떠남을 선택하고, 그 떠남의 기대는 바로 주님의 기도처럼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직도 여름과 가을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있습니다.


김문수 앤드류 / 퀸즈 정하상 천주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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