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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시니어센터

누군가가 내 앞에서 재채기도 못 한다. 나도 덩달아 나올 것만 같다가 실지로 쫓아 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짝이 아프다고 양호실엘 가면 나는 한술 더 떠 조퇴를 할 정도로 갑자기 아파졌다. 하여간 희한한 체질임이 틀림없다.

소셜워커인 동네 친구가 시니어센터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며 알아보자고 했다. 평소 나와는 관련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던 시니어라는 말에 움찔거리며 '아니 우리가 벌써 시니어.' 당황했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나는 친구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날로 시니어센터 명단을 만들어 일일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맨해튼 웨스트 71가부터 콜롬비아 대학 밑으로 뒤지기 시작했다. 마침 건강검진 후 뼈가 약하다며 의사가 요가를 권한 후라 요가 클래스가 있나에 중점을 뒀다.

76가에 있는 한 시니어 센터에 들어섰다. 입구에서부터 음식 냄새가 났다.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렸다. 점심을 먹는 티켓을 받는 줄이었다. 게스트로 1.75전을 내고 티켓을 받았다. 45번이다. 일단은 밥부터 먹으며 분위기를 관찰해보려고 했다.



쟁반을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입구에서부터 말을 건네던 비쩍 마른 여자가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옆으로 두 할머니가 앉았다.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포로리칸과 스페인 혼혈, 내 옆에 할머니는 터키와 이탈리안 혼혈로 아르메니안이란다. 대각선으로 앉은 할머니는 러시안 쥬위시였다.

나는 양이 너무 많아 반도 먹지 못했는데 그녀들은 죄다 해치웠다. 대단한 먹성들이다. 내가 남긴 음식을 보고 다음엔 컨테이너를 가져와 담아가서 디너로 먹으라고 했다. 이곳에서는 점심과 저녁을 먹고 다른 곳에서는 아침을 먹는단다. 집에서 쿡할 필요가 없다며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나는 남편 때문에 하기 싫은 쿡을 해야 한다니까 남편 것을 싸서 가란다. 전형적인 뉴욕식 실용주의다.

시니어센터에서 트립도 가는데 노인들의 행동이 빠르지 않아 기다리는 것이 싫어 가지 않는다고 맞은편 할머니는 쉬지 않고 떠든다. 대각선 쪽에 앉아 있는 할머니는 영어가 서툴고 발음이 알아들을 수 없는데도 계속 나를 향해 지껄였다. 이곳이 아니면 종일 입 벌릴 일이 없는 외로운 노인들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그들의 귀가 시원찮아 큰소리로 대꾸하다 목이 칼칼해졌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이 들면 수다가 만리장성을 쌓듯 끊이지 않는다. 한국 할머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먼저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글쎄 다시 그곳에 갈지는 모르겠다.

밥을 먹고 나와 서너 군데를 더 방문하다 요가 가르치는 곳을 찾았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 우선은 할머니들 틈에서 해볼까? 그러나 망설여진다.

나는 늙지 않고 영원히 살아 시니어와는 관계가 없다는 착각을 했었다. 그들과 함께 늙어가는 것을 인정하기가 싫은 심보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똬리 틀고 있나 보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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