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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클리닉] 알고 쓰면 약, 모르고 쓰면 독

웰빙 영향 약 복용 일반화
건강보조제품도 일종의 '약'

한약, 민간요법도 주의 필요
약제간 상호작용 생각해야

제대로 된 약 쓰기

우리 일상생활에서 약만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드물다. 아무런 병력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단순하게는 비타민을 비롯해서 하루에 하나씩 복용하면 좋다(?)는 아스피린에, 툭하면 약국에 가서 두통약.소화제.항생제 등을 사서 복용한다. 또한 여러 종류의 생활습관병이 만연하는 이 시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혈압약.당뇨약.관절염약.심장약.소염진통제 등을 찾는가?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아침.점심.저녁 그리고 취침 전까지 일곱에서 여덟 종류의 약을 먹는다. 그러면서 말한다. 그 중 두 가지는 진짜(?) 약이 아니라고 말이다. 즉 약국이나 건강 식품점에서 구입한 건강 보조 제품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약을 복용할 때 약제들 간의 상호 작용은 어떠하며 부작용은 없을지 참으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요즘같이 웰빙 바람이 부는 시기에 건강 보조 제품을 다루는 상점에 가보면 정말 가관이다. 비타민은 물론, 인삼, 홍삼, 정력제, 간 보호제, 피를 묽게 한다는 약 등등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제품들이 무수히 진열되어 있다. 이 중 대다수는 의사 처방이 필요 없다 뿐이지 틀림없는 의약품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처방 받아 약을 사는 일은 무거운 심정으로 행하지만, 건강 보조 제품을 산다고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한결 가볍다는 것일까? 또한 한국인들은 한약 복용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1년에 두세 번씩 몸을 보신하기 위해 지어 먹는 보약은 약이 아니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과 면담할 때 한약을 먹었으면서 아무 약도 복용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이란 뭔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것이고, 일생 동안 주기적으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 먹은 한약은 약이 아니라는 말일까? 그만큼 한약이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기 때문일는지 모른다. 게다가 양의학과 한의학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들을 풀기 위해 우리는 대체 의학, 그리고 우리 문화 고유의 민간요법에 의지하기도 한다. 이들과 관련된 약제들도 수없이 많다.

의사의 처방도 없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이런 약품들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런 준의약품들의 사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할 일이다. 이렇게 한국인의 약 문화 형성은 복잡하다. 의사에게 처방 받은 약과 한방에서 지어 온 약을 같이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민간요법은 현대 의학과 한의학과는 색다른 처방을 하고 있다. 그릇된 약 문화가 얼마나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지 모른다. 약의 쓰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약 문화가 창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약 때문에 간 조직 검사를…

60세가 되는 김 씨는 벌써 오래 전부터 소라이아시스라는 피부 질환을 앓고 있었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4년 전부터 메토트렉세이트(MTX)라는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 약은 복용하면 간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간의 염증 상태를 알려주는 ALT 수치가 100 이상으로 올라갔다. 환자는 별 이상을 못 느꼈지만 MTX로 인한 간의 염증이 아닌지 의심이 갔다.

이 약은 피부 질환인 소라이아시스뿐만 아니라 류마티즘 관절염 등 여러 계통의 질환에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간에 생길 수 있는 손상은 여러 범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지방간이나 간경화로까지도 진전될 수 있으며, 이러한 손상의 정도는 환자가 복용한 MTX의 양과 얼마나 (정기적으로) 복용했는지에 달려있다. 또한 간 질환이 유발될 가능성은 환자의 연령과 병력에 따라 높아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현재 바이러스성 간염, 알코올성 간염, 지방간 및 간 질환의 병력이 있는 환자는 MTX를 복용하기가 어렵다. 이외에도 당뇨와 비만이 심한 환자는 간 질환이 유발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다행이도 김 씨는 피부 질환 외에는 아무 병력이 없다. 그러나 ALT 수치는 10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조직 검사를 한 결과 간에 약간의 손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결국 MTX를 중단하고 다른 약으로 바꾸었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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