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서웃달* 나들이
동지섣달지평선 넘어
석양이 잠든 세모의 틈
신호등 없는 먼 길 떠나며
오랫동안 비워둔
파도 마을을 찾아갔다
맞바람 속
세상의 그림 뒤에 두고
잠시
달려든 검은 물살의 벽을 넘어
막혀 버린 세상의 시달림들을
물밑에 흘러간 한해의 시간
부서진 흔적조차 없는
돌아갈 길도 보이지 않을 길
밤새 휘청이며 휘적였다
한 마리 두 마리
뛰노는
생명의 비늘을 세며
너희들과 나와의 만남을 위해
떠나 온 망망대해의 나들이
서웃달 기울어지는 새벽
푸른 바다에 무지개 실 바늘 수를 놓았다
*서웃달: 12월은 서웃달(평북 방언),해의 마지막 달.
서운한 달에서 유래(민속학자 최상수)
오광운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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