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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루이사의 꿈, 마리의 꿈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도밍고 인근에 있는 알레한드로 바떼이 마을 입구에 교회가 있다. 이 교회의 교회학교 선생님 이름은 루이사다. 올해 스물두 살인 루이사는 바떼이에서 할머니와 자매들과 살고 있다. 바떼이는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동일을 하는 아이티인의 집단거주지이다.

5년 전 루이사를 바떼이 교회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열일곱이던 이 소녀는 교회학교 선생님으로 찬양을 인도했다. 작고 여린 몸매지만 나름의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여서 우리 팀이 눈여겨보았던 학생이기도 했다. 그 다음 해에도 우리는 루이사를 만났고, 그녀는 여전히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이 여학생이 가난과 좌절의 바떼이에서 벗어나는 꿈을 꾸었다.

4 년이 흐른 이번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교회 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는 루이사를 다시 만났다. 교회 담임목사님은 바뀌었는데, 루이사는 여전히 그 교회에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돌보고 있었다. 4 년 전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우리는 단번에 청년이 된 루이사를 알아보았다.

루이사는 작년에 대학을 졸업했다고 했다. 절대 녹록하지 않았을 대학 공부를 마치고 루이사는 스물두 살에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아직도 사탕수수 노동자들 틈에서 살지만 어엿한 공립학교 선생님이 되어 가족을 부양하고 동생들을 돌보고 있다. 우리는 루이사 같은 청년들의 삶의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루이사는 바떼이를 벗어나 더 큰 바다를 꿈꾸게 될 거라고 믿는다.



누군가 조금만 등 떠밀어주면, 누군가 작은 비빌 언덕이라도 되어주면, 세상에는 자신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수많은 아이가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 국경에 인접한 아이티의 브니엘 고아원에는 마리라고 하는 스물한 살 된 고아가 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고아원에서 살고 있는 마리는 이제 고등학교 11학년이다. 성실하게 다른 고아들을 돌보면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마리의 꿈은 도미니카 공화국에 유학 가서 간호사가 되는 것이다.

몇 년을 다니면서 눈여겨본 마리는 재주도 많고 명석했다. 고아원 원장을 대신해서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고,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마리가 도미니카에서 학교에 다니려면 일 년에 3000달러 이상이 들 것이다. 대학 학비와 숙식과 교통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는 마리 같은 아이들의 꿈을 함께 꾸고 있다.

고아란 절망의 다른 이름이며, 가난이란 ‘소망 없음’과 동의어이다. 앞이 안 보이는 가난을 극복할 길은 교육 외에는 없다. 아이티는 정치가 혼란스러워서 지난 가을학기 내내 전국의 학교들이 문을 닫았다. 우리가 지원하는 학교도 선생님들이 출근하지 못해 문을 닫았고, 외부학교에 등록한 아이들은 고스란히 놀았다. 그래도 우리는 믿는다. 이렇게 가르치다 보면 끝이 올 것이라고, 이렇게 배우다 보면 소망의 한 줄기 빛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새해가 되었다. 해가 바뀌었다고 우리의 꿈이 달라지거나 거창해진 것은 아니다. 새해에는 그저 우리의 꿈이 현실이 되는 꿈을 또 꾼다. 예수님께서도 작은 자 중 작은 자인 아이티 고아들과 함께 꿈꾸고 계실 거라고 믿으면서 우리는 새해에 아이티 고아원의 수많은 마리 같은 고아들이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를 함께 꿈꾸고 있다.

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


조항석 목사 / 뉴저지 뿌리깊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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