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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과 알루미늄

2014년 제프 쿤스 회고전에 나온 플레이도우(Play-Doh), 뉴욕시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on Madison Avenue, New York), 2014년 9월 28일 촬영, Robert Nickelsberg/ 알라미(Alamy Stock Photo)

2014년 제프 쿤스 회고전에 나온 플레이도우(Play-Doh), 뉴욕시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on Madison Avenue, New York), 2014년 9월 28일 촬영, Robert Nickelsberg/ 알라미(Alamy Stock Photo)

제프 쿤스(Jeff Koons, 1995년생)는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평범하고 촌스러운, 그러면서도 친근한 ‘상품’을 미술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플레이 도우 Play-Doh(1994~2014)’라는 3m가 넘는 압도적 크기의 조각 작품에 다가가면 알록달록한 색깔의 플레이 도우 점토가 아무렇게나 주물러져 쌓여있다. 이 작품은 주제 ‘Celebration Series’는 연작의 일부로서, 생일 파티나 축제 같은 어린시절의 추억이 담긴 잔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하여 일부러 사탕이나 아이스크림 색깔 같은 밝은 색을 썼다.

한바퀴 둘러보고 작품 소개를 읽으면 더욱 놀랍다. 이 말랑말랑해 보이는 작품의 재료가 알루미늄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구분없이 아무렇게나 엉키고 쌓인 듯한 이 점토 덩어리는 서로 잘 들어맞도록 사전에 정교하게 제작된 27개의 부분들이 전시 공간에서 합체된 점이다. 또 이 작품은 관람객들이 보는 표면만 채색된 것이 아니라 27개 덩어리 각각이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화려한 원색으로 온전하게 채색되어 있다. ‘플레이 도우’라는 제목으로 모두 5개의 작품이 만들어졌는데, 각 작품마다 색깔의 조합이 다르다. 2018년 크리스티 경매 회사의 전문가들은 이 작품이 2000만 달러에 거래될 것으로 추정하였다.

알루미늄은 철강 다음으로 중요한 기간산업재료로, 20세기 항공산업, 전자산업 등이 발전하면서 필수불가결한 재료가 되었다.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알루미늄은 철강보다 비싸지만, 강철보다 유연해 조형이 용이하고 금이 가거나 잘 긁히지 않는다. 5개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제작을 하면서 점점 기술이 발전하고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외형만 남기고 속은 비우는 전통적인 주조 방식 대신 쿤스과 그의 제작팀은 속이 찬 덩어리를 만들었기에 제작에 들어간 알루미늄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것이 강철 덩어리였다면 훨씬 더 무거워 운송과 설치가 더욱 까다로웠을 것이다.

제프 쿤스 작품의 알루미늄 제련은 뉴욕주 왈든(Walden)의 폴릭 탈릭스 주물제작소(Polich Tallix Foundry)가 담당했다. 현대미술에서 아트 파브리케이터(Art Fabricator)는 사실 미술작가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1960년대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손으로 만든 느낌보다는 산업제조품 같은 형태를 추구해 도날드 저드(Donald Judd)나 알렉산더 리버만(Alexander Lieberman) 등도 자신들의 비전을 구현해줄 주물공장을 찾아야 했다. 동부에서는 1966년 도널드 리핀코트(Donald Lippincott)와 록샌 에브렛(Roxanne Everett)은 커네티컷주의 노스 헤이븐(North Haven)에 리핀코트 주물공장(Lippincott, Inc.)을 차렸다. 이들은 작가들의 구상을 플라스틱, 네온, 플렉시글래스, 실리콘, 파이버글래스 등의 재료로 구체화시켰다. 딕 폴릭(Dick Polich 1932년생)은 뉴욕주에 현대미술 작가 및 건축가들의 위한 주물공장을 세운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디자인 대학원에서 건축가가 되려다 자신과 맞지 않음을 깨닫고 1960년대 초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신재료 연구실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 후 최첨단 항공우주산업회사에서 일하다가 1970년 자신의 주물공장을 설립했다. 공대 연구실에서 폴릭은 전통적인 주물제조 방법인 뜨거운 금속물을 왁스 원형에 부어 만드는 실납법(Lost Wax Technique) 대신 쇳물을 부어 거품 모델을 녹이는 거품기화법(Foam Vaporization Method)을 배웠다. 또한 신재료 개발과 합금구조에 관한 연구도 계속했다. 1970년대 후반 폴릭은 제미니에서 일하던 케네스 타일러(Kenneth Tyler)를 만나 로이 릭텐슈타인, 클레스 올덴버그 등의 팝아트 미술가들의 주문을 제작하게 되었다. 80년대에는 제프 쿤스, 토니 퍼트남, 프랭크 스텔라, 낸시 그레이브스 등의 작가들과도 긴밀하게 협업하였다.작가들의 개념 및 구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새로운 제작법과 합금으로 작품을 구현하면서 딕 폴릭과 동료들은 거듭되는 실패와 시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1996년 폴릭 아트 워크(Polich Art Works)를 따로 설립하여 제프 쿤스의 플레이도우처럼 혁신적이고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가는 작품에 전념하였다.



현대미술뿐 아니라 건축에서도 점점 더 대규모의 공공미술품이 요구되면서 알루미늄같은 고전적인 산업 재료가 현대미술의 중요한 표현 도구가 되었다. 이런 변모된 미술 환경은 딕 폴릭과 같은 금속공학 전문가 및 공대 연구소의 신소재 개발에 힘입어 실현가능해진 것이다. 끝없이 치솟는 현대미술 작품의 가격에는 거품도 많지만 실제로 제작비에 소요되는 작업비 및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쿤스의 플레이도우는 개발연구 및 제작에만 20년이 걸렸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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