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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칼럼] 바벨탑, 연합의 역설 (창세기 11: 1-9)

코넬 웨스트라는 신학자는, 인종차별은 사회적인 인과관계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인종차별은 하나님의 계획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바벨탑의 이야기에서 하나님은 인간의 분열을 초래한 직접적인 관계자로 등장한다.

이 어려운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4절에서 “우리 자신들이 도시와 하늘에 닿을 탑을 쌓고 우리 이름을 내자”는 동기가 먼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바벨탑은 신과 같이 높아지려는 인간오만의 상징으로 이해되어왔다. 또한 신의 이름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름을 세우려는 “반종교적”욕망과 “자기우상화”를 드러내고 있다.

5절부터 하나님의 대응이 등장한다. 인간이 힘을 모아서 탑을 하늘에 닿도록 쌓았지만 하나님은 인간들에게 내려가야만 했다(5절). “우리 자신(lanu)”이라는 단어가 4절에서 두 번 등장하는 것과, “내려가자(yarad)”는 단어가 5절과 7절에서 두 번 반복되는 것이 흥미로운 대구를 이룬다. 제 스스로 높아지려는 인간과, 스스로 낮추어 찾아오는 하나님의 존재론적, 윤리적 차이가 바벨탑이야기의 중요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둘째, 바벨탑이야기는 인간연합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이 거대도시를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온 지면에 흩어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창11:4). 6절에서 하나님은 인간을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라고 이해한다. 즉, 언어가 하나라는 것뿐만 아니라 “한 속족/나라/국민”이 연합하여 자기 우상화를 도모했다는 것이 바벨탑의 또 다른 배경이다.



모여서 악을 행하는 것을 사회적인 악이라고 부른다. 기독교는 인간의 사회적인 악에 대해서 그 어느 종교보다도 민감하다. 성경에 등장하는 사회적인 악은 3가지 유형이 있다: (1) 위선 (2) 사회적 약자를 돌보지 않는 것 (3) 모여서 악을 전파하고 증폭시키는 것.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 분향은 내가 가증히 여기는 바요 월삭과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그러하니 성회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을 내가 견디지 못하겠노라”(사1:13). 함께 모여서 예배하는 것 같아도 오히려 예배라는 겉치레 속에서 악을 행하는 위선적인 자들의 하나됨은 심각한 사회악을 낳는다.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받는 자를 도와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사1:17). 인간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내는 약자를 함께 살피고 그들과 거룩한 연대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지만, 오히려 하나의 사회를 이루면 우리는 약자를 차별하곤 한다. 마가복음 12장, 포도원 농부의 비유에서 포도원농부들은 주인의 포도원을 차지하기 위해서 주인이 보낸 종들을 능욕하다가 마침내 주인의 아들까지 죽여버린다. 인간은 하나되어 악을 전파하고 점점 더 큰 악을 저지른다.

거대한 도시를 세우며 높은 기술과 문명을 자랑하는 미국이 심지어 하나의 언어를 사용해도, 인종차별이라는 “사회적 악”이 전염병처럼 만연해 있다는 것은 기막힌 역설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 우상화에 빠진 지도자가 인간이하의 무지와 무책임을 일삼으며 사회속에 자신의 질병을 퍼뜨리고, 그를 쫓는 자들이 모여서 고통받는 자들을 외면한 채 서로 “하나되자”를 부르 짓는 이 기이한 현상속에 우리는 살아간다.

“왜 하나님은 언어를 흩었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하지만, 자기이름을 높이기 위해서 하나된 인간들이 저지들 수 있는 악을 심히 염려하신 하나님의 마음과 그 직접적인 개입이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하는 역설적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차재승 / 뉴브런스윅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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