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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9·11'…늘어나는 암환자

희생자 명단에 없는 피해자 발생
희귀한 남성 유방암 환자 20여 명
먼지·화학물질 등 발암물질 연관

17년 전인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 소속 테러리스들이 납치한 비행기가 맨해튼 남쪽의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빌딩을 들이받으면서 미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기록됐다. 3000여 명이 숨졌다. 이틀 이상 심한 먼지가 가라앉지를 않았고, 3개월 이상 돌무더기 잔해들이 불탔다. 특히 플라스틱이 오랫동안 타면서 대기 중 발암물질 농도가 극에 달했다.

11일 오전 8시42분부터 시작된 '그라운드 제로' 추모식에는 당시 희생자의 유족과 생존자, 구조대원 등 수천 명이 모였다. 테러가 시작된 8시46분에 맞춰진 추모식이었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됐다. 그러나 여기에 호명되지 않은 희생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테러 잔해에 처음 노출됐던 소방관과 응급요원들, 주변을 걷던 사람들이 암환자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 당시 맨해튼 다운타운에는 회사원과 학생을 포함한 40만여 명이 있었고, 테러 잔해를 수일 동안 들이마셔야 했다. 20년이 다돼서야 피해를 확인하고 있는 이들은 스스로를 '잊혀진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당시에는 생명을 구한 운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뒤늦게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9.11 피해자 명단에 들기 위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뉴욕시 소방부서의 의료총책인 데이비드 프레전트에 따르면 테러 당시 343명의 소방관과 응급요원이 숨졌는데, 이후에도 150명 이상의 소방관이 질병을 얻어 사망했다. 질병의 대부분은 폐암이었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아이칸의대 마이클 크레인 교수는 9.11 테러 현장에서 일했던 소방관과 경찰관, 응급의료요원 7만2000명의 예후를 추적해 왔다. 그 결과 10분의 1 이상인 8000명 이상에게서 암이 발병했다.

크레인 교수는 "독극물과 같은 발암물질에 노출됐던 사람들인 만큼 폐암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면서 "20년이면 폐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할 시기"라고 말했다.

올해 초 뉴욕의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는 테러 당시 화재를 진압한 소방관 사이에서 골수암이 다수 발병했다고 보고했다.

소방관뿐만이 아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대중교통으로 환승할 수 있는 장소로 실어나르던 셔틀버스 기사 엘리자베스 윌슨(59)은 2년전 은퇴했지만 현재 폐에서 암으로 추정되는 덩어리를 발견했다.

윌슨은 테러 현장에서 흡입한 먼지와 폐암 징후의 연관성을 인정받아 희생자보상펀드(VCF)의 도움으로 치료받고 있다. 현재 희생자보상펀드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2만874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총 43억 달러가 주로 의료비 지원 명목으로 지급됐다.

문제는 테러현장 주변에 있던 40만여 명에게서도 서서히 병마의 증거가 나타나는 중이다. 질병관리센터(CDC)에 따르면 15~23명의 남성에게서 유방암이 발병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데이터 스토리지 기업인 EMC의 뉴욕 다운타운 사무실에서 매니저로 일한 제플 플린(65)도 그런 경우다. 2011년에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99일 동안 화재가 이어지면서 화학물질 냄새와 먼지를 끼고 데이터 서버 되살리는 일을 했다"면서 "당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안전하다고 해 마스크도 안 끼고 일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후회막급"이라고 말했다.

테러 당시 34살이던 존 모르만도 또한 테러 직후 증권거래소에 조기 투입됐던 과거를 뼈아프게 생각한다. 테러 잔해가 어느 정도 치워진 뒤 가장 먼저 거래소 현장 정리를 위해 투입됐다. 다들 영웅이라고 불러주는 통에 마스크 착용을 게을리했다. 지난해까지 철인3종 경기에도 나섰던 그는 올 3월 젖꼭지 부위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간 결과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그의 의사는 양쪽 젖꼭지에 암세포가 모두 존재한다며 두 개 모두 절제했다.


심재우 뉴욕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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