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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부 유럽 휩쓰는 차이나 머니

런던=김성탁 특파원
런던=김성탁 특파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7/11/30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7/11/29 16:43

중국, 헝가리 등에 수십조원 투자
'16+1' 정상회의 협의체도 운영 중
FT "EU 대중국 정책 좌절될 수도"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대서양 지역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상은 변했고 중국엔 유럽연합(EU)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발전을 실현할 자원이 있다." 난민 수용을 거부하며 EU 집행부와 대립 중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중국의 투자에 대해 "훌륭한 기회"라며 한 말이다.

2013년 중국은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잇는 29억 달러 규모의 고속철도 사업에서 헝가리 구간 건설에 동참했다. 2014년 중국 기계공학공사는 7억 달러를 들여 화력발전소를 짓기로 세르비아 정부와 합의했다. 세르비아 관료들은 중국의 투자를 "안정적 친분의 접착제"로 부른다.

중국이 중동부 유럽(CEEC)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이른바 중국의 '유럽 굴기'다.

그러나 EU 본부와 서유럽 국가들에선 "중국의 개입으로 하나의 EU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2012년 헝가리, 루마니아, 폴란드, 세르비아, 체코 등 중동부 유럽 16개국과 정기협의체인 '16+1' 정상회의를 꾸렸다. 16개국 중 상당수는 2004년 이후 EU에 가입한 신생 회원국이다. 서유럽에 비해 가난하며 사회주의 체제였던 곳이 대다수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중국 기업들의 해당 지역 인프라 투자액만 15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리커창 중국 총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제6차 16+1 회의에서 중국개발은행이 CEEC 국가들에 개발정책 협력자금으로 20억 유로(약 23억6630만 달러)를 투자하고, 10억 달러의 투자협력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유럽 외교관들은 중국의 진출이 정치적, 전략적 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의심한다. FT는 "중국은 중동부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EU의 대중국 정책을 좌절시키려 할 수 있고,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중국과의 유대를 이용해 브뤼셀 EU 본부의 협상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중국 정부를 향해 "'하나의 유럽' 개념을 존중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유럽 국가들에겐 "우리가 중국에 대항할 단일 전략을 만들지 못하면 중국은 유럽을 분열시킬 것"이라고 경고음을 높였다.

그러자 중국 국제학연구소는 소장 명의로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에 "하나의 유럽은 지리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나, 정치나 경제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반박 글을 실었다.

중국의 중동부 유럽 투자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계획을 위한 인프라 구축용의 성격이 있다. 하지만 서유럽 외교관들은 중국이 그 이상을 노리고 있다고 경계한다. 남중국해 분쟁이나 티베트 독립 문제 등과 관련해 중동부 유럽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을 때 EU는 헝가리 등의 반발로 중국을 비판하지 못한 채 평화적 해결만 강조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EU 측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유럽 기업에 대한 중국의 인수.합병(M&A)을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중국의 투자가 필요한 핀란드, 네덜란드 등에 이어 중동부 유럽이 EU의 이런 움직임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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