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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제는 고유한 가치 지닌 세계적 언어”

[한글날 특집] 스탠퍼드대학교에서 한국 문학 가르치는 다프나 주르 교수 인터뷰

'원조 한류’ 태권도 통해 한국에 관심 갖게돼
UBC에서 한국 아동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
“누구나 한국어 배우고 감정 공유할 수 있어”

“한글은 단순히 소통을 위해 배워야 하는 언어가 아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필요한 고유한 가치를 지닌 글입니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는 다프나 주르(43·한국명 주다희) 교수가 유창한 한국말로 한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주르 교수는 “스탠퍼드에서도 지난 2012년부터 한국 문학은 물론 한류를 접할 수 있는 수업이 개설됐는데, K-POP,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된 학생들이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수업을 신청하고 있다. 한국 사람이어야만 알 수 있는 감정들까지도 함께 공유하고 싶어하는 욕구들이 강하다. 한류의 영향이 커지며 이런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한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 뒤 “한국 사람만이 한국어의 감정과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는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도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유창하게 말하고 감정을 느끼며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이것이 세계어로서 한국어가 가지는 가치”라고 덧붙였다.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주르 교수의 한국어 사랑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이스라엘 국적의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프나 주르 교수가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본 한 편의 무술영화가 계기가 됐다.

당시 이스라엘에 거주하던 주르 교수는 영화를 본 뒤 무술을 배워보겠다며 부모님을 졸라 집 근처 문화센터에 등록하게 됐고 여기서 ‘원조 한류’ 태권도를 배웠다. 태권도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해서도 알게됐고 동경심도 갖게 됐다고 한다. 이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물론 이스라엘에서 군대에 복무(이스라엘은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 시절에도 한국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갔고, 결국 제대 후 한국행을 결정하게 된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때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는 주르 교수는 한국에 계속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광객이 아닌 한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주르 교수는 곧 어학당에 등록을 했고 이것이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게된 시작이 됐다.

주르 교수는 이후 이스라엘로 돌아와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에서 영문학과 동양학을 전공한 뒤, 러스 킹(Ross King) 교수가 있는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UBC)에 진학했다. 러스 킹 교수는 예일대를 거쳐 하버드에서 한국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언어학자로,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로 유명하다.

주르 교수는 UBS에서 본격적인 한국문학을 공부하게 되며, 특히 일제식민지시대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근대 아동문학의 태동과 발전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를 했다.

“한국어는 문법과 어휘가 매우 어려워요.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어학당에서 모든 과정을 이수했는데도 한글로 된 소설책을 처음 펼쳐 들었을 땐 도무지 무슨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캐나다에서 박사학위를 시작했을땐 한국의 아동문학 자료들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죠”라고 주르 교수는 회고했다.

이런 주르 교수를 도와준 사람은 인하대에서 아동문학을 연구하던 원종천 교수다. 원 교수는 주르 교수의 전화 한 통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료들을 모두 복사해 밴쿠버로 보냈다.

주르 교수는 이 자료를 읽고 또 읽고 연구를 거듭해 한국의 아동문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최근에는 한국의 아동문학 학자들과 자신의 연구를 정리한 책을 탈고해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03년엔 태권도 사범인 남편을 소개로 만나 결혼을 했고 아이도 2명을 낳았다. UBC에서 박사과정을 마친뒤에는 한국의 계명대에서 1년간 몸담은 뒤 2012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주르 교수가 한국어 보급을 위해 열정을 쏟는 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한국어 캠프다.

매년 주르 교수는 미네소타주 콘코디어 언어마을(Concordia Language Village) ‘숲속의 호수’ 한국어 캠프에 참가해 청소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1961년 처음 시작된 콘코디어 언어마을에 한국어 캠프가 개설된건 1998년으로 러스 킹 교수의 역할이 컸다. 주르 교수도 러스 킹 교수의 뜻에 동참해 10년 넘게 캠프에 참여해오고 있으며, 현재는 숲속의 호수 ‘촌장’을 맡아 캠프를 총괄하고 있다.

매년 미 전역에서 100여 명이 넘게 참가하는 한국어 캠프는 한국어는 물론 태권도, 미술, 음악 등 예능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도 익힐 수 있다.

주르 교수는 “한국어 캠프에 참여하는 학생 중 60% 이상이 한국인이 아닌 주류학생들이다. 이들은 캠프기간동안 한국인처럼 생활 한다. 한국어를 써야하고, 한국돈으로 물건을 사며, 젓가락을 이용해 음식을 먹는다”며 “이런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문화에 빠져들게 된다. 한국과 관계없이 언어교육 입장에서 한국어를 고유하게 배울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주르 교수는 “한국어가 한국인들만의 소통을 위한 것이 아닌 한국 문화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배우는 세계어로서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미국에서 나고 자란 2세들에게도 보다 쉽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글을 배워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다양한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해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 것이 좋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최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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