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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피난민 모습 아직도 생생"

몬트레이 거주 한국전 참전용사 존 베이커씨

'국가의 부름으로 생면부지의 나라, 한국과 한국민의 자유를 수호한 미국의 아들딸들을 여기 추모하다.(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 새겨진 기념비명이다.

이 비명처럼 178만 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63년 전 듣도 보도 못한 나라, 한국에서의 전쟁에 참전해 인민군과 중공군과 싸웠다. 때로는 살을 에는 추위와도 싸워야 했다. 이 전쟁에서 4만 5천여 명의 젊은이들이 전사 또는 실종됐고, 9만 2천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늘은 정전 60주년 기념일이다. 정전 기념일을 맞아 몬트레이에 거주하는 한국전 참전용사 중 미 육군 제24사단 하사관으로 참전했던 존 베이커(84ㆍ몬트레이 시)를 만나 그가 겪었던 전쟁과 한국에 대해 들어봤다.

존 베이커 하사가 소속됐던 제 24사단은 한국전이 발발하자 한국전선에 가장 먼저 투입된 부대다. 개전 3일 만에 서울을 내준 한국군은 육군본부를 대전으로 옮겼고, 24사단이 일본에서 급파돼 7월 3일 대전에 도착, 인민군의 남하를 저지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적에 대한 이해부족과 사전 준비 없이 전선에 투입된 24사단은 1만 6천명의 병력과 5천여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도 인민군의 공격에 여지없이 패해 7월 5일부터 17일간의 여러 전투에서 7천여 명의 병력과 주요 장비 60%를 상실했다.

특히 대전을 방어하던 34연대는 19일과 20일 이틀간의 전투에서 인민군에게 포위돼 괴멸됐고, 목숨을 겨우 부지한 병사들은 거의 맨몸으로 탈출했다. 24사단은 다른 사단의 도움으로 전멸은 면했지만, 이때 사단장 딘 소장은 후퇴 도중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며 남하하다 북한군에 포로로 잡히는 수모를 겪었다.

존 베이커 하사는 24사단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34연대 소속이었다. 대전 비행장에서 방어하던 34연대는 인민군의 포격을 받기 시작했는데, 참호 속에 있던 베이커 하사 바로 뒤에 적 포탄이 떨어져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큰 폭발음으로 청력을 잃은 베이커 하사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로 옆에 병사가 두 다리를 잃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정신없이 의무병을 부르면서 자신과 그 병사의 혁대를 풀러 양쪽 다리를 지혈했는데, 의무병 도착 전까지 그 병사는 자신의 어깨를 움켜쥐고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한다. 만일 포격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렸다면 무서워 도망갔을 수 있었지만, 다행히 폭발 충격으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 병사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한 베이커 하사는 후일 그 공로로 은성무공훈장을 받았다.

베이커 씨는 1950년 겨울 압록강 근처에서 맞은 한국의 엄청난 추위를 말하면서 중공군의 공격으로 후퇴할 당시 피난민들의 처참한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남하하는 기차에 몸을 실은 피난민들은 기차 곳곳에 매달려 왔는데, 도착한 기차역에 가보니 매달렸던 사람들은 손발이 얼어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또 짐칸에 탔던 피난민들도 추위에 동사해 한국군과 경찰들이 시체 치우기에 바빴는데 어린아이 세 명이 부모 품속에 숨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고아원에 보냈다고 한다. 베이커 씨는 당시 모습을 사진과 그림으로 보관하고 있다.



베이커 씨는 1966년 전역후 퍼시픽 그로브 고등학교 역사 선생으로 근무했으며, 한국전과 군 경험으로 책 두 권을 저술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한국에서의 전쟁 경험과 전우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저술 중에 있다. 또 미군 실종자 및 포로를 위한 기념우표 제작을 청원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미 10만 명에게 청원서명을 받아 내년 1월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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