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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서클 팜 투어 <한경희>

예년과는 달리 축축하고 쌀쌀 맞기만 하던 날씨가 아이들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햇살이 든다는 반가운 일기예보다.

넓은 자연으로 가족 나들이를 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생태학습은 물론 건강 먹거리의 현장을 찾아가는
서클 팜 투어(서클 팜 투어)를 떠나봤다.


광우병이나 조류독감 같은 질병과 식량위기 등 먹거리 이슈는 이제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화두가 됐다.



특히 태평양 건너 밴쿠버까지 그 열기가 전해 오던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는 평소 무심했던 내게 캐나다의 먹거리에 대한 각성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이 곳 밴쿠버에서도 로컬식품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 보다 드높다.
수입식품의 장거리 운송이 야기하는 온실가스 문제도 그렇지만 최근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미국산 토마토 사건처럼 수입식품에 대한 불신이 부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나의 로컬 먹거리 순례의 발길을 이끄는 곳은 광역밴쿠버의 식품창고라 불리는 프레이저 밸리.

푸르른 초원에 과수원과 목장 각종 곡물 채소밭이 널려 있는 프레이저 밸리는 광역밴쿠버에서 한 시간거리에 위치한 농산물의 천국이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가 건강먹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에 발맞춰 프레이저 밸리 지자체들이 개발한 농장견학 겸 소비자 직거래를 통한 매출증대 프로그램인 서클 팜 투어다.


애보츠포드, 애거시즈, 미션, 랭리, 핏메도우-메이플리지, 칠리왁 등 6개 지역 주요 농장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서클 팜 투어는 한국에서도 한때 붐을 이뤘던 관광농원 형태에서 한걸음 더 나가 해당 지역의 농경유적지, 전통문화행사까지 아우르는 다채로운 농촌관광 프로그램이다.


한국에 살 때 아이들과 시골장터 구경 가는게 큰 가족 이벤트였는데 이 곳 밴쿠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니 가슴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농장 주변 가정에서 직접 만든 여러 가지 파이들과 과자, 잼,다양한 향과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치즈 등을 시식하거나 여러 종류의 꿀과 꿀로 만든 제품들을 만나고 예쁜 시골정원 가꾸기와 농가 인테리어 소품들에 이르기까지 편안한 전원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 만으로도 신나는 일이지만 그 외에 또 다른 즐거움은 농촌투어 중 순박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몇 년 전 서클 팜 투어 중 한 시골장터에 갔을 때 일이다.

피클 같은 각종 저장식품을 만들어 파는 부스에서 마늘피클을 시식하고 있는데 한 캐네디언이 마늘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중의 하나라며 말을 걸어온 게 인연이 되서 좋은 친구가 된 적이 있다.


그 후 서로 집을 방문하며 마늘을 듬뿍 넣고 둘이 신나게 김치를 만들어서 밥에 쓱쓱 비벼 먹다가 잇새에 낀 고춧가루를 보며 낄낄거리지 않았던가.

역시 시골장터는 먹거리와 함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정과 웃음이 어우러져 더욱 푸짐하지 않은가 싶다.


서클 팜 투어는 기본적으로 셀프-가이드 방식으로 자신이 안내지도와 브로슈어를 들고 원하는 장소를 찾아가면 된다.


우선 싱싱하고 맛깔스런 현지 특산물을 바로 접할 수 있는 노상 판매대, 농장 부속매장, 시골장 같은 곳 외에도 크고 작은 카니발, 농경박람회, 로데오 경기 등 캐나다 서부의 옛 정취를 물씬 느껴볼 수 있는 각종 행사들이 여름내 펼쳐진다.


예를 들면 해리슨 핫스프링스 인근의 백 포치(Back Porch) 농장에서는 1919년대에 직화로 방식으로 굽는 커피 향을 맡으며 한가롭게 골동품 쇼핑을 할 수 있고 앨더그로브에 위치한 스털링 팜(Sterling Farms)에서는 알팔카란 재미있는 동물들 사이를 거닐며 털의 등급을 정하는 걸 배울 수도 있다.


치킨 팜(chicken farm)에 가서 포동포동한 닭들에게 모이를 주면서 모처럼 동심의 세계에서 한때를 보내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우리 속에 가둬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을 사 먹는다는 그 자체가 바로 동물 학대라고 하는데 자유롭게 뛰놀며 자란 프리 런 에그(Free run egg) 농장을 찾으면 동물사랑을 실천한다는 보람도 있을 것이다.


농장에 따라서는 사전 약속에 의해 단체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하는 곳도 있는데 대가족이나 교회, 친목회 등 단체라면 이색적이고도 뜻 깊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여름 내내 서클 팜 투어만 다녀도 아마 다 보지 못할 정도로 행사가 계속되니까 자세한 정보를 미리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흥미 있는 지역농장 이나 행사를 몰아서 찾는다면 기름값도 절약하는 알뜰 투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프레이저 밸리의 농장들은 방문객들을 귀찮아 하기는커녕 진심으로 반긴다고 강조한다.
농장개방을 통해 로컬 농산물들에 대한 신뢰를 쌓게 되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는 얘기였다.


지난 주말엔 인근 농장에서 유기농 재배 토마토를 한 바구니 사왔다.


한입 베어먹은 토마토에서 상큼함과 함께 서클 팜 투어에서 체험했던 푸근한 인정이 묻어난다.


서클 팜 투어 웹사이트 www.circlefarm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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