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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

[밴쿠버 중앙일보] 기사입력 2006/12/29 16:27

[부모 노릇 잘 하세요? 45]

“그들의 기쁜 얼굴을 상상하며 예쁘게 선물을 싼다”

빨간 싼타 모자, 흰 윗옷에 빨간 나비 넥타이 하나씩 매고는 아이들이 종을 흔들면서 목청껏 ‘징글벨’ 성탄 노래를 부른다.

‘호! 호! 호!’ 산타 할아버지 큰 빨간 보따리에 든 선물을 받을 욕심으로---.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동생, 언니, 형아---.

평소에 결코 좁다고 느껴보지 못한 교실이 좁게 느껴지도록 온 가족들이 다 모였다.
해마다 하는 프리스쿨의 제일 큰 잔치가 산타 잔치이다.


노래 잔치, 선물 잔치, 음식 잔치, 웃음 잔치이기도 한---.
산타 할아버지 앞에 나와서 ‘내가 동생이랑 싸우는 걸, 밥 먹을 때 돌아다니는 걸, 내가 장난감 정리 잘 안 하는 걸 어떻게 아셨을까? 선생님이 산타 할아버지께서 망원경으로 보고 계신다 했는데 진짜인가 봐?’ 하는 표정으로 어떤 아이들은 조금은 겁 먹은 얼굴들로 심각하게 약속들을 한다.


내년에 또 선물 (?)받으려면 그런 버릇들은 고치겠다고!
그리곤 선물을 한 아름 받고 즐거워 한다.

일년에 딱 한번 나도 공인된(?) 거짓말을 아이들에게 한다.

그런데 그 하얀 협박은 얼마나 잘 듣는지 너무 재미있어서 가끔은 남발(?)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반성하고 있다.


수업 중에 장난치는 아이에게 “민지야! 산타 할아버지께서 보고 계신데 선물을 갖고 오시려나? ~”
이렇게 가벼운 협박에도 얼마나 태도가 달라지는지---.
산타 할아버지의 위력인지? 선물의 위력인지.
아마 둘이 합쳐 지면서 그 힘이 100배는 되지 않겠나 하고 짐작할 뿐이다.


한 바탕 선물 잔치가 끝나면 아이들이 모여 단체 사진을 산타 할아버지와 함께 한다!

끝없이 움직이는 아이들을 모두 모아 놓고 사진 찍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찍어본 사람만 안다.

뒤돌아 보고, 킥킥거리고 장난치고, 다른 데 가고, 모자 벗고, 싼타 할아버지 자세히 보려고 목을 빼고---.

그리고 왁자지껄 집집마다 한껏 뽐낸 음식들 나누어 먹고 이야기하면서 프리스쿨의 공식 성탄은 끝을 맺는다.
아직 진짜 성탄일은 오지도 않았지만.

몇 주 동안 온갖 종류의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교육 활동을 하다가 이렇게 한바탕 잔치가 끝나면 어느 해는 빠르면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도 되고 또 며칠 전도 되고 프리스쿨의 즐거운 성탄은 먼저 오고 지나버린다.


<받는 기쁨보다는 주는 기쁨이 훨씬 크다>

선물,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선물, 선물하면 또 나만큼 받아본 사람도 드물지 않을까?

그 선물들과 카드들이 아이들 다 떠나고 여기저기 아직도 남아 있는 음식들과 함께 색색의 포장으로 수북하다.

한국에서부터 유치원 운영할 때까지 합치면 그 수를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지 않을런지.

이토록 예쁘고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매일 보면서, 그것도 멀리에서(어떤 아이는 델타에서, 밴쿠버 웨스트에서, 써리, 메이플릿지에서) 오는데, 감사의 인사에 선물까지 받는 뻔뻔(?)하고도 빚 많은 사랑의 빚쟁이이다.


그것뿐인가?
친정 엄마가 오셔서 김치 담그셨는데 선생님 드시라고---. (이럴 때는 염치불구 하고 나도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왜냐하면 주부 생활(?) 스무 해가 한참 넘도록 김치는 아직도 아마추어인지라---)

만두 빚었는데 맛이 괜찮은지---.
아이 돌이라 백설기 했어요---
가정표 쿠키예요---

섬에 사시는 친정 엄마가 담가오신 게장이에요---
모두는 아니어도 가능하면 조그마한 감사의 카드로 답해드리려 노력은 하지만 어떻게 다 갚겠는가?
오직 아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일이 그 사랑의 선물들을 갚아나가는 일이리라. 아마 평생 갚아도 못 다 갚을 것 같다.


동부 어딘가 학교에서는 한 선생님이 한국 엄마로부터 앙고라 스웨터를 선물 받았는데 선생님이 좋아하시더라는 소식이 한국 엄마들 사이에 퍼졌단다.
그리곤 며칠 지나자 여러 명의 선생님들이 앙고라 스웨터를 입고 나타났다는 코미디 같지만은 않은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사랑과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나는 단박에 알아 본다 그 돈의 가치와 상관없이 사랑이 담겼는지 아닌지.

가끔씩은 너무 부담스러운 선물이 오면 아주 정중하게 돌려 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진정한 마음이 담긴 부담스럽지 않은 소중한 선물들이다.

사실은, 받는 기쁨보다는 주는 기쁨이 훨씬 크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도 예쁜 포장지로 선물을 싼다.
그들의 기쁜 얼굴을 생각하면서 가깝고 소중한 몇몇 사람들에게.

그리고 올해는 어릴 때 집 앞에서 누군가에게 맞아 내가 울고 들어오면 부지깽이를 휘두르며 “누가 우리 동생 때렸어!” 하고 뛰어 나가던 막내 오빠와, 한 번도 보지 못한 새 언니와 벌써 다섯 살이 되었다는 늙은 나이에 둔 조카에게 줄 선물을 싸고 있다.


평생 그림 하나 붙잡고 산 삶이 이제는 파리에서 자리가 잡혔는지 잠자리 불편만 각오하고 오라 하신다.

사랑의 성탄을 아름다운 파리에서 10여년 만에 만나는 막내 오빠와 함께하며 아름다운 추억의 선물들을 가득히 나눌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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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키즈빌리지 몬테소리스쿨 원장
한국심리상담연구소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전문 강사
BC Council for Families 주관 Nobody's Perfect 의 facilitator
문의 604-931-8138 , kidsvillage@sha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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