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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Taste of Texas

정만진
2017년 텍사스 중앙일보 한인 예술대전 문학부문 가작
peterjung49@naver.com
LNG Specialist

오늘 아침도 한국식 밥을 먹었다. 휴스턴에 온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토스트와 계란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한 적이 별로 없다. 아내는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 매일 아침밥을 차려주고 도시락을 챙겨주었다. 그 덕분에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촌스럽지만 아직도 치즈와는 친해지지 못해서 외식할 때도 주로 한식을 먹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역마다 고유한 음식문화가 있다. 텍사스에는 ‘Tex-Mex’라는 고유 음식이 있는데, 텍사스와 멕시코적인 요소가 혼합된 것으로 텍사스 풍의 멕시코 요리를 뜻한다. 멕시코 전통의 요리는 아니고, 텍사스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퓨전 음식으로 요즘은 미국 전역에 퍼졌다고 한다. 아보카도와 채소로 만드는 과카몰리Guacamole와 나초칩은 간식이나 맥주 안주에 좋다. 자장면이 중국 음식이 아니듯, 멕시코 전통음식에는 없는 화히타(Fajitas)는 밀전병인 토르티야(Tortilla)에 고기와 채소, 치즈 등을 싸 먹는다. 내용물이 비슷한 타코나 부리토(Burritos)에 매콤한 할라피뇨(Jalapeño)를 곁들여 먹으면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아 가끔 먹는다..

미국 중남부에 있는 텍사스주의 면적은 한반도의 약 3배이며, 알래스카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1845년 미합중국의 28번째 주로 편입됐으며, 별칭은 ‘Lone Star State’이다. 고독한 별, 외로운 별이란 뜻보다는 오직 단 하나의 별이란 뜻이 강하다. 어디를 가든지 성조기와 함께 게양된 커다란 Lone Star 기를 볼 수 있는데, Texan으로 불리는 텍사스 사람들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오로지 독자적인 힘으로 1836년 멕시코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과거 역사는 충분히 강한 자부심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텍사스 하면 드넓은 목장과 소, 카우보이, 유전 및 사막 등 워낙 땅이 넓다 보니 기후와 경치도 다양하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이 있는가 하면 걸프만을 따라 멋진 바다가 이어지기도 하고, 대부분 땅이 평평한 데 비해 언덕이 있는 샌 안토니오와 오스틴처럼 Hill Country라 불리는 곳도 있다.

매년 봄이면 카우보이들이 기술을 겨루는 로데오 경주가 열리는데, 미식축구가 열리는 돔구장을 목장으로 바꾸어 놓고 경기하며 먹고 마시는 축제를 연다. Texan들은 Off-Road 지형에 적합한 픽업트럭을 즐겨 타는데, Tailgate를 열어놓고 구워내는 텍사스 사이즈의 스테이크와 바비큐Barbecue는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구워내는 소고기 브리스켓(Brisket)과 돼지갈비Pork Ribs를 주먹만 한 소시지와 함께 ‘Shiner Bock’라는 로컬 맥주를 마신다. Dark Lager로 역사가 100년 정도 된 것인데, 일반 맥주와는 다른 진한 맥아 향이 바비큐와 궁합이 잘 맞는다. ‘텍사스 사이즈’는 크다는 뜻으로 쓰이는데 음식뿐만 아니라 일반 생활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휴스턴에는 ‘Taste of Texas’라는 스테이크 하우스가 있다. 사전 예약을 받지 않아 주말에 가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 워낙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라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제일 먼저 안내를 하는 명소이다. 신선한 샐러드와 갓 구워낸 빵은 주요리가 나오기 전에 즐기는 별미이다. 10여 년 전 그곳에서 처음 맛본 텍사스 사이즈의 스테이크 맛에 반해 지금도 자주 찾는다. Costco에 가면 텍사스 초원에서 방목해 기른 소에서 생산된 신선하고 소고기를, 부위별, Angus 등급별로 팔고 있어 사다가 집에서 구워도 좋다.


요즘 들어 ‘Sweet Iced Tea’의 매력에 푹 빠졌다. 텍사스 더위가 아무리 더워도 건물 안은 에어컨 시설이 잘 돼 있어 걱정 없지만, 차에서 내려 잠깐 이동할 때는 너무 뜨거워서 더위를 식히는 데 그만이다. 과일 향을 첨가한 것보다 원래의 맛이 좋다. 달달한 맛이 텁텁한 티의 맛을 상쇄시키기도 하지만, 식사 중 사이사이 마시는 아이스티는 메인 메뉴의 맛도 배가시켜 감칠맛을 더 해 주기 때문이다.
봄엔 ‘크로피시Crawfish’라는 민물 가재 요리도 즐겨 먹는다. 뉴올리언스 지역의 특산물인데, 크로피시의 육수와 매콤한 케이준Cajun 시즈닝을 머금은 옥수수와 감자도 별미다. 이곳 텍사스에도 인기 있는 먹거리 중의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우리 집은 제철인 4, 5월에 소문난 맛집에서 조리 한 것을 사다가 식탁 위에 푸짐하게 쌓아 놓고 맨손으로 까먹는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매콤하고 따끈한 속살을 발라먹는 재미에 푹 빠져 한 마리라도 더 먹으려는 마음에 온 가족이 뜨거운 것을 참아가며 치열한 까먹기 경쟁이 치열하다. 그 현장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큰 덩치에서 빠져나오는 알맹이는 손톱만큼 작아서 한 사람이 3파운드씩 먹어도 배가 안 부르다. 냉동 크로피시는 사시사철 다양하게 쓰이는 식재료가 되므로 케이준 식당에서 크로피시를 재료로 한 파스타나Pasta나 에투페Etouffee 등은 언제든 맛볼 수 있다.

요즘 TV를 보면 푸드 여행이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많다. 이제는 먹는 것이 단순히 살아가는 수단을 넘어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식도락食道樂의 시대로 승화된 듯하다. 미국은 다민족이 사는 ‘인종의 용광로’인 멜팅 팟Melting Pot이어서 세계 각국의 음식을 고루 체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골고루 즐기다 보면, 노후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멀티비타민 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젠 한식이나 스테이크, BBQ만 고집하지 말고 ‘Tex-Mex’에게도 곁을 내주어야겠다. 다 사람 먹으라고 만들어 놓은 음식이고, 텍산은 아니지만 텍사스는 제2의 고향이기도 하니까!


▶작가 소개

정만진 - 나는 2004년에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인 ‘KORAS’의 사장으로 휴스턴에 부임해서 3년 근무를 마친 후, ‘Sempra LNG’에서 8년 정도 더 근무를 하고 은퇴한 LNG Specialist이다. 가스공사 근무를 포함해서 30년 이상 가스산업 분야에 종사한 기계기술자이기에 기술 관련 자료의 작성과 분석 업무는 좀 한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시나 수필 등 인간의 삶이 묻어나는 그런 아기자기한 글들은 자신이 없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 1월부터 한달에 두 번씩 달라스 문화센터에 다니면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글이 쓰는 법을 배운다 해서 하루아침에 나아질 리는 없겠지만, 아침 7시에 출발해 달라스에 가서 12시부터 시작하는 글공부 두 시간을 마치고 돌아온다. 왕복 운전거리는 540마일이다. 습작으로 매주 한편씩의 수필을 작성하는데, 지금까지 30편 정도 완성했다. 선생님의 지도와 함께 같이 배우는 글벗들의 글도 합평하며 배우는 즐거움이 있기에, 피곤한 줄 모르고 오가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더 나이 들어 녹슬기 전에 내 기억속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어 정성껏 써 나갈 생각이다. 나의 어린시절 성장과정과 공직생활을 하면서 이룩한 개인적인 성취는 물론, 인내하면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집사람과 두아들, 며느리와 손주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2019년 발간 목표인 ‘고희 기념 자전 에세이’에 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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