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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보복하는 정의와 고쳐주시는 정의 (호11:1-11)

지난 컬럼에서 요나서를 근거로 하나님의 "인내의 사랑"을 다루었다. 하나님이 참고 기다리시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렇게 수동적으로 기다리시기만 할까?

호세야 11장8-9절은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극단적으로 잘 선포한 말씀이다: 에브라임이여 내가 어찌 너를 놓겠느냐 이스라엘이여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내 마음이 내 속에서 돌이키어 나의 긍휼이 온전히 불붙듯 하도다 9 내가 나의 맹렬한 진노를 나타내지 아니하며 내가 다시는 에브라임을 멸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내가 하나님이요 사람이 아님이라 네 가운데 있는 거룩한 이니 진노함으로 네게 임하지 아니하리라. 하나님과 사람의 가장 큰 차이가 사람은 진노하지만 하나님은 불타는 듯한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하나님은 진노하거나 심판하지 않는 하나님인가?

하나님은 진노의 하나님일까 혹은 사랑의 하나님일까라는 질문은 초기 교회에서부터 제기된 의문이었다. 마르시온이라는 자는 구약의 하나님은 호전적이고 진노의 하나님이기 때문에 예수님을 보내신 하나님보다는 낮은 수준의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다. 마르시온의 활동한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는 하나님은 진노의 하나님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와 겸손의 하나님이고 폭력은 하나님께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대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피의 제사를 명령한 구약의 하나님이나, 피의 십자가와 연관된 신약의 하나님이 인류의 역사 속에 폭력과 학대를 조장했다는 주장이 신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우리는 이러한 폭력적 기독교가 제국주의와 각종 차별에 끼쳤을 영향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반성하면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의 참 모습에 대해서도 올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하나님의 결국은 오늘 본문처럼 심판이 아니라 사랑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은 정의의 사랑(love of justice)을 이루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악을 밭 갈아서 죄를 수확하고 거짓의 열매를 먹는 자들(호10:13)을 하나님께서 심판하시는데, 이 심판은 심판을 위한 심판이나 악을 보복하기 위한 심판이 결코 아니다. 이 심판은 우리로 하여금 정의를 심고 인애.사랑을 수확하도록(호10:12) 우리를 고쳐주시는 심판이다.

호세야 11장4절에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사람의 줄로, 사랑의 줄로 이끌었다"는 독특한 표현이 등장한다. 사람의 줄이 어떻게 사랑의 줄이 될 수 있을까? "이스라엘(에브라임)이 암소처럼 곡식 밟기를 좋아하나 내가 그의 아름다움 목에 멍에를 메우고"(호10:11)라는 말씀을 고려하면, "사람의 줄 즉 사랑의 줄"이란 못된 인간들에게는 동물에게 씌우는 멍에를 씌워야 하지만 사람에게는 악을 고쳐주고 선한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 부드러운 멍에의 줄을 씌우기 때문에 그 줄은 사랑의 줄이라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의 정의는 지나치게 인내해서 방치하는 정의(abandoning justice)도 아니요, 심판이 최종적인 목표가 되어버리는 심판을 위한 심판 즉, 보복하는 정의도 아니다(retributive justice). 하나님의 정의는 고쳐주고 회복시키며 치료하는 정의(transformative, restorative, healing justice)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정의는 사랑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자에게만 질책할 수 있다: "대저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기를 마치 아비가 그 기뻐하는 아들을 징계함 같이 하시느니라"(잠3:12). 이 하나님께로 돌아가, 정의를 씨 뿌리고 사랑을 수확하자.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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