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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인공지능 변호사 시대

지난달 29일 한국에서 최초로 인공지능(AI)과 변호사 간의 시합이 진행됐다. 과제는 정해진 시간 내에 주어진 근로계약서를 검토해서 법적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팀과 변호사 2명으로 이뤄진 팀이 경쟁을 펼쳤다. 결과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팀의 완승.

인공지능을 활용한 팀이 이기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 근로계약서와 같이 양식이 정형화되어 있고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경우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잘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2008년 영국의 리처드 서스킨드 교수는 '변호사의 종말'이라는 책을 통해 변호사 직업이 재봉사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전에는 다들 재봉사가 손수 지은 양복을 입었지만, 이제 대부분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양복을 소비하고 극소수의 재봉사만 남게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변호사가 처리하는 업무 중 대다수가 자동화될 것이고, 소수만 인간 변호사가 처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서스킨드 교수의 예측이다.

정말 인공지능이 인간 변호사를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될까?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2016년 미국 로스쿨 교수는 미국 로펌 변호사들의 업무 내역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검토한 결과, 10년 이내에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은 업무는 5%도 채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근시일 내에 '변호사의 종말'이 올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인공지능 변호사의 등장에 이렇게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지금의 사법 시스템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좋은 변호사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얻으려면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마치 좋은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으려면 돈이 많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산과 소득에 따라 의료 서비스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정된 자원을 고려하면 무작정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에게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의료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법률 분야도 마찬가지다. 법률 서비스의 기술이 발전해야 변호사들이 더 신속하고, 정확하고, 저렴하게 법적 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

알파로 경진대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서 계약서를 검토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사한 선례를 손쉽게 검색해서 변론에 활용하고, 사건의 결론을 예측해서 적절한 소송 전략을 세우는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그럼에도 법률 분야는 아직 신기술 도입에 소극적이다. 인공지능과 변호사 간의 시합이 우리에게 던져준 과제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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