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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아침을 기쁘게 시작하다

아침을 시작할 때 잠에서 깬다고 표현하는데 이 말이 좀 어렵습니다. 우리말에서는 눈을 뜬다고도 표현하고, 일어난다고도 말하지만 조금씩 의미가 다른 듯합니다. 제대로 일어나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어야겠지요. 그래서 굳이 말하자면 아침을 시작하는 단계는 잠에서 깨고,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잠에서 깨면서 하루는 시작합니다. 하루의 시작은 하루의 방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잘 시작해야겠습니다.

저는 여러 글을 쓰면서 글대로 살기를 원합니다. 글 속의 저는 제가 원하는 저이기도 하면서 솔직한 저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은 저를 드러내고 치유하기 때문일 겁니다. 얼마 전 제가 쓴 글을 다시 둘러보았습니다. 제 괴로움과 아픔이 느껴지고, 이겨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안쓰러우면서도 애틋합니다. 새벽과 아침에 대한 내용이 많이 보였습니다. 저는 제가 쓴 글처럼 하루를 기쁘게 보내고 싶습니다.

아침에 잠을 깨면 저는 우선 떠오르는 사람들에 대한 축복의 기도를 합니다. 눈을 감은 채 슬픔을 당한 분이나 외로운 분, 억울한 분을 위해서 기도를 합니다. 물론 고마운 사람을 위해서도 깊은 축복의 기도를 합니다. 진실로 힘들기는 하지만 저와 어려운 관계에 있는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기도를 하면서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 제가 있음을 느낍니다.

기도를 하고 저는 단전호흡을 합니다. 숨을 내쉬면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라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괴로운 잡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제가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는 시간입니다. 들숨과 날숨을 느끼면서 호흡을 하는 것은 모든 수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입니다. 내가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은 곧바로 나이기도 합니다. 우리말의 목숨이라는 말이 그렇고, 숨이 끊어졌다는 말이 증거가 됩니다. 호흡을 마무리하면서 저는 제 팔과 다리, 얼굴, 몸 등을 쓰다듬고 주무릅니다. 몸의 긴장을 풀어 아침을 맞게 하는 행위이지만 내 몸을 귀하게 여기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힘든 몸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하루를 기쁘게 시작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입니다. 아침마다 종교에 관한 글을 읽습니다. 어떤 종교인지에 관계없이 아침 독서는 아침 명상이 됩니다. 종교에서 끝내 다다르고 싶었던 곳으로 아침마다 나아갑니다. 나를 깨우는 시간입니다. 요즘에는 전헌 선생님께서 내시려는 책을 읽고 교정을 보고 있는데 참으로 행복한 시간입니다. 좋은 책을 교정 보는 것도 즐거운 위로입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모습이 보입니다.

아침은 동네 걷기로 시작합니다. 주변에 학교가 많아서 걷기에 참 좋습니다. 한 시간 정도를 아내와 걷는데 날마다 변하는 풍경은 새로운 기쁨을 줍니다. 우리는 늘 변한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걷는 것만큼 큰 위로가 없는 것 같습니다. 몸이 움직이면서 뭉친 마음도 풀어줍니다. 아내와 나누는 이야기도 차곡차곡 기쁨이 됩니다. 이제는 날씨가 궂어서 걷지 못할 때는 마음이 힘들어질 정도로 걷기가 좋습니다. 좀 빨리 걷는데 땀으로 젖는 기쁨도 상당합니다. 운동이나 노동의 땀은 언제나 귀합니다.

집에 와서 저를 씻으면서 다시 한 번 내가 귀함을 생각합니다. 남보다 나아서 귀한 것이 아닙니다. 나를 지켜주고 나와 함께 하기 때문에 귀한 겁니다. 하나밖에 없는 내 몸이기 때문에 귀한 겁니다. 세수를 하면서 오늘도 귀하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거울에 비친 나를 향해 웃어봅니다. 내가 밝아야 세상도 밝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아침을 시작합니다. 저의 하루가 오늘도 귀하고 기쁘기 바랍니다. 여러분도 귀한 하루 맞으시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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