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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한 줄의 시도 쓸 수 없을 때

숨을 돌리고 소파에 등을 기댄다. 아직도 시계의 초침과 분침의 빠르고 상대적으로 느린 움직임, 그렇게 하루가 기울고 있다. 가쁜 호흡과 거친 움직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서서히 그러나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일정한 페이스로 어둔 저녁의 커텐을 서서히 내리고 있다.

하루내 쌓였던 피로가 몸을 휘감은 붕대가 풀어지듯 내 몸에서 빠져 나간다. 커다란 유리벽, 그 유리벽을 통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지들이 보인다. 그 풍경은 왠지 지혜로운 노인의 손짓 같아서 시선을 오랫동안 머물러 본다. 깊은 호흡을 들이 마시고 잠시 멈춘 후 천천히 숨을 내쉰다. 마음의 평정을 얻을 때까지 반복해 본다. 마음이 갈라질 때나, 조급해질 때, 호흡이 거칠어질 때는 한 줄의 시도 쓰여지지 않는다. 생각이 마음에 가지런히 놓여지지 않는다.

이럴 땐 온몸에 힘을 빼고 눈을 감아본다. 뭉크의 '절규'나 이중섭의 '황소'나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나 고호의 '자화상'이 선명하게 보여질 때까지 끊임없이 추락한 후 내 앞에 선다. 한 자 한 자 종이 위에 잃어버린 내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나는 출발선을 떠난 마라토너처럼 기대와 흥분과 행복을 꿈꾸며 보이지 않는 고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검다 못해 푸른 하늘엔 별들이 하나 둘 살아나고 내 눈가엔 촉촉히 눈물이 고인다. (시카고 문인회장)

당신의 손 / 신호철



알고 있었다
우연히 지나쳤지만
슬픔이 오래된 그 위로
들꽃이 피고 있었고
오래 휘청인 가지마다
절망의 틈바구니를 통과해
빛나는 밤을 맞고 있었다
우린 걸었고
알 수 없는 거리에서
속으로 속으로 삼켜
보이지 않는 너를 비추는
예비된 손길
혼탁한 언어를 덮는
당신의 손이 거기 있었다
하늘엔 가득
별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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