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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축제는 함께 하는 것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1/11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9/11/10 18:26

축제에 참가해 본 지가 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교 다닐 때도 축제가 있었지만 특별히 서클에 들지 않았기에 그저 구경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구경하면서 즐기기에는 축제는 한계가 있고 큰 재미도 없습니다. 조금 더 시계를 돌리면 고등학교 때 축제를 들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도서반이어서 비교적 조용한 활동을 하였지만 그래도 축제가 되면 도서전시회를 열었고 다른 학교 학생도 찾아 와서 즐거웠습니다. 도서전시회지만 책만 전시하는 게 아니라 도서 감상화나, 시화 등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회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교회에서 하는 문학의 밤은 새로운 기쁨을 주었습니다. 제가 책임을 맡아서 문학의 밤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시 낭송이나 찬송, 연극 등은 젊은 날의 추억입니다. 준비하며 친구들과 지냈던 시간은 이제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 마음 속 깊은 곳에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제가 여전히 진리나 종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추구하는 것은 그때 문학의 밤 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글을 쓰는 것도 시를 쓰던 고교시절이 이어지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극에서 주연을 했던 기억도 아스라이 있네요. 바보 연기였는데, 진짜 바보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라는 호평도 들었습니다.

교토에 와서 제일 좋은 것은 축제가 많다는 겁니다. 물론 일본 사람은 그렇게 대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축제에 큰 관심 없이 구경을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토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동네에 있는 카스가 신사(春日神社)에서 마을 축제를 열었습니다. 옛 모습의 행렬에 정말 많은 동네사람이 아이부터 노인까지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큰 장도 열려서 마을 사람이 모두 행복한 모습으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축제는 작은 마을에서, 가능한 한 많은 이가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습니다. 구경보다는 참여가 축제입니다. 함께해야 즐겁습니다. '함께' 라는 말은 하나가 된다는 뜻입니다. 아이도 노인도 역할이 있습니다. 특히 노인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축제는 세월과 세월을 잇는 귀한 일입니다. 노인의 기억이 축제를 더 풍부하게 만듭니다.

교토에는 3대 축제가 있습니다. 그 중에 가을에 하는 축제로는 10월에 열리는 시대(時代) 축제가 있습니다. 규모가 대단합니다. 참가 인원만 2000명이 넘고, 모두 출발하는 데만 2시간 정도가 걸리는 행사였습니다. 일본 각 시대의 문화를 보여주는 퍼레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가자가 많다는 게 우선 가장 큰 장점입니다. 백제왕이라는 행렬도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외국인 관람객이 많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축제가 있습니다만,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준비하는 축제가 많아지기 바랍니다.

11월 초에 오사카에서 열리는 '사천왕사(四天王寺) 왓소' 축제도 매우 흥미로운 축제였습니다. 왓소는 우리말로 '왔소'의 의미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사천왕사 왓소 축제는 재일동포들이 제안하여 만든 축제인데 올해로 28회가 되었습니다. 일본과 한반도의 관계를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축제입니다. 삼국시대부터 한일 교류에 관련된 인물들이 행진하여 무대에 오르는 행사입니다. 시대 축제와는 방향이 반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교류사를 보여주는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제의 무령왕이나 왕인 박사, 조선의 퇴계 이황의 모습도 보입니다.

사천왕사 왓소 축제는 지역의 재일동포 학생과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는 일본 학생, 시민 등이 대거 참여하는 모습이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오랜 역사를 함께하였기에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아픈 기억이 오래 가고, 좋은 기억은 평상으로 묻힙니다. 일본의 축제를 보면서 축제의 가치를 생각해 보고, 참여의 소중함을 기억해 봅니다. 그리고 사람이든, 민족이든, 국가든 서로의 관계가 힘들수록 이런 축제가 더 기쁨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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