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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사내 로맨스와 맥도널드 주가

"그 친구들 없으면 일이 안돌아가요."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들을 당장 내보내 후환을 없애라고 했지만 나의 조언에 돌아온 사장님의 황당한 답변이었다. 가해자로 명확히 밝혀지면 피해자의 성희롱 소송에 대비해 가해자를 징계했다는 증거를 남겨놓아야 한다.

하지만 사장님에겐 아직 발생하지 않은 성희롱 소송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보다는 핵심 직원들을 내보낼 경우 생기는 사업체 가동 차질이 더 걱정이다. 결국 사장님은 피해자를 잘 달래고 가해자 직원들에게 경고를 주고 일을 무마했다.

분명히 다음에 가해자들로부터 또 희롱이나 학대를 당했다는 주장이 변호사나 정부기관으로부터 들어오면 사장님은 엄청난 물질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당장 회사 가동이 중요한 사장님에겐 변호사의 법적 조언은 현실을 외면한 설교에 불과했다.



얼마 전 맥도널드의 주가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고경영자(CEO)가 부하직원과 사적인 관계를 가져오다 이것이 드러나 맥도널드와 결별한 것이 주가하락의 원인이다. 떠난 이유는 부하직원과의 사적인 관계를 금지하는 사규 위반 때문이다. 고용주의 핸드북 내용 중 핵심적인 규율이 성희롱 및 차별금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성희롱과 차별금지 항목에는 대부분 부하 직원과의 로맨스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대기업들에서는 이 부분을 많이 추가하고 있다.

스몰비즈니스 사업장에서는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로맨스가 흔하게 벌어지는 건 아니어서 굳이 로맨스 금지를 핸드북 속에 넣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 대기업에서는 부하직원과 상사의 로맨스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이번 맥도널드 CEO의 경우는 사실 이혼남이라 사내 로맨스가 불륜이라는 도덕적 비난에선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맥도널드는 주가하락이라는 예상 속에 단번에 CEO를 내보냈다. 부하직원과 상사의 로맨스가 깨지는 순간 자칫 성희롱 소송으로 번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성희롱 소송이 들어오면 재판까지 가기 쉽지 않고 거액을 주고 합의하는 것이 사실상 관례라면 관례이다.

사내 로맨스가 시작되면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관계가 자발적인 것이고 두 사람간의 관계로 사업체를 소송하지 않는다는 계약서에도 서명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법적으로 효력이나 강제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사업체 규율을 위반한 이유로 징계는 확실히 가능하다. 사생활 침해 논란 속에서도 이런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로맨스 금지는 사업체의 재산보호라는 합법적 이유 때문에 상당 부분 인정된다.

사내 로맨스를 불륜이 아닌 이상 잘못됐다고 비판하긴 어렵다. 하지만 고용주 입장에서는 소송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폭탄이기 때문에 결코 환영만할 일은 아니다.

성희롱과 유사한 일이 벌어져도 회사 사정 때문에 직원을 어쩌지 못하는 사장님과 부하직원과 사적 관계가 있다고 CEO를 바로 조치한 맥도널드, 성희롱 대비책에 명확한 차이가 보인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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