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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낯 뜨거운 '수업료'

[LA중앙일보] 발행 2019/11/1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11/11 13:10

한국 드라마에는 종종 불편한 장면들이 나온다. 극중에서 사고를 치거나 문제가 생긴 인물들의 해외 도피처가 십중팔구 미국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부유하거나 유명인으로 설정된 인물).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 작가의 빈곤한 상상력이 알게 모르게 한인사회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미지에 먹칠하는 사람들은 내부에도 있다. 한국과는 다른 생소한 시스템과 언어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해 본인 주머니를 채우는 이들이다

얼마 전에도 '시큐리티 디파짓'관련 얘기들을 듣고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얘기들' 이라고 한 이유는 구도가 비슷한 두 가지 사례 때문이다. 세입자는 LA에 파견 근무를 온 주재원들, 집주인은 한인들이다.

첫 번째는 '스몰코트 클레임'까지 간 경우다. 피해자는 집주인의 요구로 임대료 두 달치를 시큐리티 디파짓으로 냈다가 속앓이를 했다. 2년 동안 살다 이사를 했는데 집주인은 디파짓 금액의 10% 남짓만 돌려주더라는 것. 너무 심하다는 생각에 사용 내역을 요구했더니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결국 참다못해 스몰코트 클레임까지 갔고 집주인은 마지못해 나머지 금액을 돌려주더라는 것이다. 그가 미국에 머물러 있었고 스몰코트 클레임이라는 제도를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번째 케이스는 제대로 돈도 돌려 받지 못했다. 당사자가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다 귀국했기 때문이다. 이 세입자도 시큐리티 디파짓을 돌려주지 않아 이유를 물었더니 수리와 청소 비용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따지면 "여긴 원래 그렇다"는 대답만 반복하더라는 것. 결국 영수증 요구 사태로 이어졌고 확인해 봤더니 상당수는 주택 수리나 청소일과는 무관한 곳에서 발생한 영수증이었다고 한다.

물론 '시큐리티 디파짓' 분쟁은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일부 집주인들의 과도한 비용 청구 탓에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수준이라면 따지거나 법에 호소도 할 수 있지만 해결에 시간이 걸린다. 급히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앞의 일은 금전적인 문제 외에 한인사회의 이미지와도 결부되어 있다. 이들이 몇 년 동안 한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쌓았던 좋은 기억들이 한 사람으로 인해 악몽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LA한인사회'하면 '악덕 집주인'이 먼저 떠오를 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그동안 비슷한 종류의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미국 진출을 추진했던 한국 프랜차이즈 대표는 사람을 잘 못 만나 시간과 비용만 낭비했다는 하소연을 했고,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겼다 손해만 봤다는 투자자도 있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면 빠르고 편하게 해결됐을 일들이 해결 불가능의 상황까지 됐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어느 곳에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을 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들 피해자의 공통적인 반응은 "수업료 냈다고 생각해야죠"였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 비용 등을 감안하면 수업료 치고는 너무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일부 한인들의 과욕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본인 능력 밖의 일에까지 달려들다 일을 그르치고 마는 것이다.

내 주머니만 생각하는 사람, 직업윤리에 대한 의식 없이 전문가 행세를 하는 이들로 인해 한인사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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