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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칼럼]탄핵 절차에 이름 올린 미국 대통령들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1/11 15:34

옛날 황제나 왕들은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자리에서 합법적으로 쫓겨나는 일이 드물었다. “내가 곧 국가다”라고 주장하는 왕이 있을 정도이니 왕을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쫓아내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북한의 김씨 왕조에서는 ‘수령은 항상 무결점, 무오류의 존재’라는 원칙을 정해 놓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일이 잘못되어도 수령이 잘못하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대적인 민주적 절차를 갖추고 있는 국가에서는 최고 지도자라고 하더라도 잘못이 드러나면 절차에 의해 지도자 자리에서 쫓겨날 수가 있다. 이 절차를 우리는 탄핵이라고 부른다.

영어에서는 탄핵을 ‘Impeach’로 표현한다. ‘붙잡고 물어봄’이라는 뜻의 어원에서 출발한 단어이다. 이것을 동양에서 한자로 번역한 것이 ‘탄핵’이다. 한자 글자 대로의 탄핵(彈劾)은 ‘따지고(彈) 캐물음(劾)’을 의미한다. 철저히 조사하여 죄상을 가려낸다는 뜻이 되겠다. 원래 탄핵은 높은 자리에 있는 공무원이 그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사법당국에 기소되어 바로 사법절차에 들어가지만, 고위 공무원이 잘못을 저지르면 탄핵이라는 단계를 우선 먼저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그 높으신 분들의 자리는 웬만한 일로 기소되지 않는다고는 법으로 보장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선 그 높으신 분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그분(?)을 끌어 내려 보통 사람으로 만들어 놓아야 그다음 기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지위가 높으신 공무원이 탄핵에 의해 자리를 내놓는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가 있고, 실제로 가끔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사건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넘어가기에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의 우두머리인 대통령이 탄핵에 의해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은 사람들의 눈에 크게 띄기에 커다란 관심이 집중된다. 그래서 탄핵은 대통령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하원에서 발의되어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고 나서 상원에서 3분의 2의 찬성으로 통과되어야만 탄핵이 결정되고 대법원에서 과반수로 심판한다. 따라서 웬만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미국에서 탄핵을 당하는 대통령이 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탄핵의 절차에 들어가는 대통령은 역사에 몇 명 보인다. 탄핵 소추의 절차라는 도마 위에 올라 있는 대통령이 될 정도라면 이미 그 대통령은 뭔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탄핵이 되든 되지 않든 말이다.

과거에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이 문제가 되었던 적이 세 번 있었다. 최초로 탄핵과 관련된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이 암살되어 사망한 당시, 부통령으로 있다가 링컨 대통령 사망 후 대통령이 된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다. 탄핵 사유는 의회를 무시하고 육군 장관을 해임했다는 것이다. 의회와 대통령 사이의 갈등이 문제였다. 그리고 그가 남부 지방을 너무 감싸고 돈다는 점이 같은 당 국회의원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에 대한 탄핵안은 1868년 하원을 통하고 상원에서 1표가 모자라서 부결되는 바람에 그는 살아나 임기를 다 채울 수가 있었다.

그 다음에는 37대 닉슨 대통령이다. 닉슨 대통령은 상대방 대통령 후보 진영의 대화 내용을 도청하여 들통이 난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결국 탄핵 절차 직전까지 몰렸다.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 대통령이 된 셈이다. 그는 분명 탄핵당할 것을 알아차렸으며, 만약 탄핵이 결정된다면 나중에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얼른 대통령직을 사퇴하는 것으로 처벌을 면했다. 탄핵 결정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닉슨의 대통령직을 인계받은 포드 대통령은 닉슨을 모든 죄에서 사면해 주었다.

가장 가까운 과거에 있었던 것이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이다. 백악관에서 벌인 인턴 직원인 르윈스키와의 불륜 사건이 주요 사유였다. 소위 말하는 ‘지퍼 게이트’이다. 지퍼 게이트는 닉슨의 워터 게이트에서 따와서 지은 이름이다. 이 사건으로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탄핵 절차에 들어가 하원에서 통과되었지만, 상원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겨우 살아났다. 이 ‘지퍼 게이트’는 “대통령이 대통령직만 훌륭하게 수행하면 되는 것이지, 바람 좀 피웠다고 뭐 크게 문제가 되냐?”라는 분위기를 확산 시켜 미국 사회 전체에 도덕성의 하락을 가져왔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미국에서 아직 탄핵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난 대통령이 없는 사실을 보듯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하원의 과반수와 동시에 상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대개 자기 당 출신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하기가 쉽지 않다. 잘못 찬성했다가는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할 수 있음으로 싫든 좋든 자기 당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지게 되어 있다.

민주 국가에서 살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대통령 탄핵에 대해 크게 자부심을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독재 국가에서 탄핵이란 꿈에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독재국가의 우두머리 입장에서 보면 탄핵은 아주 해괴한 일로 보일 것이다. 국가의 우두머리를 법으로 끌어내리는 것은 그들의 뇌리에 근본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객관적으로 보아,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독재자들이야말로 탄핵을 여러번 당해도 시원찮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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