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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화합의 2020년을 기대하며

지난 2일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시무식에서 ‘함께’라는 단어를 6차례 언급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미래를 눈길에 비유하고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그 길을 걷자"며 “넘어지는 동료는 서로 일으켜주고 부축해주면서 함께 새 미래를 향해 걷자”고 말했다. 전 임직원에게 공동체 의식을 주문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을 의식한 메시지로 해석했다.

고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해 말 동생인 조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조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사이의 소동까지 항간에 알려졌다. “사이좋게 이끌라"고 했던 아버지의 유훈을 어기고 또다시 '오너 리스크’ 우려를 키웠다는 지적에 조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봉합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구경 중에 최고는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지만 여기저기서 너무들 많이 싸운다. 한진그룹 외에도 한국의 재벌가에는 갈등의 역사가 차고 넘친다. 2015년 롯데그룹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신동빈 회장에게 넘기면서 몸살을 앓았고,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3남인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택하면서 이후 형제간 갈등이 차명주식 소송으로 비화했다.

내부 경쟁이 도를 넘어서는 바람에 조직과 구성원이 피해를 본 사례는 숱하게 많다. 2005년 고 박용오 두산 전 회장은 동생인 박용성 당시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가자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 결국 양측의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았고 두 사람 모두 횡령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실형을 받았다. 당시 두산 계열사의 한 대표는 “‘형제경영’으로 쌓아온 109년 그룹 이미지를 실추시킨,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보다 심각한 내분”이라고 한탄했다.



현대가에서 벌어졌던 ‘왕자의 난’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겼다. 2000년 시작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다툼은 10년 넘게 지속했다. 특히 고 정몽헌 회장이 계동 사옥 빌딩에서 몸을 던졌던 2003년 8월 어느 날 새벽의 사건은 강렬하다. 집 근처라 친근했던 빌딩이 그날은 투신사건 현장으로 탈바꿈했고 출근길을 거슬러 올라가 사건 취재를 하면서 진한 비정함을 느껴야 했다.

반면 범LG그룹은 예외다. 장자가 회장을 맡고, 나머지는 경영에서 손을 떼거나 자회사로 독립해 나가는 전통 덕분이다. 구인회 창업주는 ‘인화’를 경영 철학으로 삼았고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2012년 LG그룹의 발원지인 경남 진주에서 만난 구씨 종친회의 한 인사는 “남의 입장이 되어 보고, 남을 존중하는 연암(구인회의 호)의 자세가 바로 모두가 LG에서 배우고 싶어 하는 인간 중심 경영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비단 인화는 대기업에만 필요한 덕목은 아니다. 한인사회도, 한인 기업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본보 창간 45주년 기념 ‘2019 중앙일보 경제포럼'에서 강사로 나선 ‘더 베이커리’의 벤저민 이 대표도 팀워크를 최대 성공 요소로 꼽았다. 옷가게를 하던 그는 가족, 직원과 힘을 합쳐 빵집과 카페를 겸업하며 깨달은 최고의 비밀을 공유했다. 강연은 처음이라고 멋쩍어하던 그였지만 “모두가 한 팀이란 사실을 기억하고 팀워크를 실천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할 때 모든 참석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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