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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미국에는 '놀부전'도 있다

열흘 전에 종씨가 오스카 4관왕에 올랐다.

‘BONG’이라는 이름도 있다는 홍보를 확실히 한 셈이다. 종친회에서 감사패라도 수여해야 할 듯 싶다. 희귀한 이름처럼 그는 학생시절부터 별종 소리를 듣고 한국사회가 통상적으로 선호하는, 이른바 모범생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자기나름의 줏대로 기적을 창출했다.

나 자신도 어렸을 때부터 드문 성씨 때문에 자주 조롱거리가 됐다. 프랑스·포르투갈어로는 좋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영어로는 ‘쿵’이라는 의성어, 또는 대마초용 필터를 의미한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사람한테도 놀림을 당했다. 한자로 표기하던 시절에는 ‘진’ 또는 ‘태’씨로 오해받고, 한글로 발음해도 ‘공’ ‘홍’씨로 불린 적이 있다. 그만큼 드물었다. 지금도 그렇다.

‘희귀하다’는 말은 곧 다르다는 것이다. 수상소감에서 봉준호 감독은 본인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사회가 긱(geek·괴짜)을 용인하는 분위기 속에서 탄생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기생충 작품이 할리우드에서 우뚝 설 수 있던 토양은 바로 다양함의 인정이다. 용모와 피부색이 판이하고, 말투가 낯설고, 종교·고향이 다르다고 차별하는 환경에서는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통일’이라고 한뒤 후닥닥 먹어치우는 때우기식 식사법과도 거리가 멀다. 서양에서는 음식 요청이 다양하다. 어떤 게 가장 싸지?(독일)-가장 비싼 메뉴는?(미국)-가장 영양가가 많은 음식은?(영국)-어떤 게 가장 맛있지?(프랑스)-가장 양이 많은 것은?(이탈리아) 등등.

이 가운데 프랑스 사람들은 가장 마지막에 혀에 남는 맛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달콤한 디저트 메뉴를 중시한다. 약간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후식을 먹지 않는 사람은 야만인 취급을 한다. 물론 식전에 마시는 달착지근한 술(아페리티프)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 세번 경험하는 식사 시간마다 기도하며 다름을 추구하는 것이다.

밥 먹는 일 외에 학창 때 예를 들어보자. 개인적으로 사지선다 객관식에 질색했다. 특히 영어 과목은 4개 가운데 아예 답이 없거나 두가지 이상 맞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잦아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았다. 심지어 주관식에도 정답이 한 가지만 존재한다는 현실에 분노(?)하기도 했다. '멍청이’ 소리를 들은 에디슨의 심정이 이해됐다고나 할까.

그 이유 때문에 나라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결국 현지인에게 직접 물어본 뒤 대한민국 영어 교육에 융통성이 없음을 확인했다.

어디 영어뿐일까. 유치원 빼고 12년 동안 맞춤형 공부 로봇으로 자라난 인재들도 평생 모범 답안 인생에 안주하는 것 같다. 무난하다는 것은 개성이 없고 모험심이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 한다.

또 명문대·대기업 출신들일수록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에 들어왔는데”라며 갑질을 합리화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흥부전’은 조선 후기 작자미상의 소설이다. 중학교 때 흥부는 착하고 놀부는 나쁘다는 이분법으로 배웠다. 그러나 미국에는 ‘놀부전’도 있다. 여기서는 ‘다른 것≠틀린 것’이라고 가르친다.

다르게 해석해 보자. 25명의 아이를 낳은 주인공 동생은 제대로 먹이지도, 기르지도 못하는 무능력자다. 쌀 한톨 더 얻겠다며 형수에게 비굴하게 뺨을 맞기도 한다.

반면 자식없는 놀부는 나름대로 욕심을 차리지만 남에 의지하지 않은 채 경쟁 사회에서 필요한 투지로 뭉쳐있다.

42년 전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은 ‘흰색이든 검은색이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최고’라는 실용주의를 표방했다. 지금은 인공지능(AI)이 득세하는 시대가 됐다.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쥐만 잘 잡으면 최고’라는 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봉화식 전략-디지털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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