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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면역 여권’의 시대

‘가로 10.5㎝, 세로 15.5㎝. 32쪽. 두꺼운 표지와 사진.’ 1921년 국제연맹이 결정한 여권의 기본 형태다.

여권은 국가가 여행을 가는 자국민의 신분이나 국적을 공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발급해, 상대국에 여권 소지인에 대한 편의 제공과 보호를 의뢰한 문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칼럼니스트인 팀 하포드는 “여권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다양한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주요한 도구”라고 했다.

여권은 어떤 의미에서는 특권이다. 소지 여부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각국이 만지작거리는 ‘면역 여권(immunity passport)’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된 사람에게 증명서를 발급해 이동제한령에 예외를 두겠다는 것이다. ‘면역 여권’ 소지자는 직장생활이나 쇼핑·여행 등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경제·사회 정상화를 위해 각국이 검토하는 ‘면역 여권’ 시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려를 드러낸다. 항체가 있어도 재감염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연구 결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항체 검사의 신뢰성도 문제다. 게다가 면역 여권을 얻으려 고의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려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기우가 아니다. 역사학자인 캐서린 올리바리우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19세기 미국 남부를 휩쓸었던 황열병 사태를 예로 들었다. 뉴올리언스에서만 15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운 좋게 살아남아 면역력을 획득한 ‘적응한 시민’은 취업이나 결혼 등에서 상대적인 경쟁력, 이른바 ‘면역 자본(Immunocapital)’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면역력이란 ‘취업 스펙’ 확보를 위해 일부 이민자들은 감염을 자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는 ‘항체가 있는 자’와 ‘항체가 없는 자’를 가르는 ‘면역 자본’이 새로운 계급의 단층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리바리우스 교수의 말대로 ‘면역 자본'을 갖는 것은 유행병적 행운에 따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이던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전환이 이뤄지든 각자가 생활 속 방역 수칙 지키며 훌륭한 수비수가 되는 것이다.


하현옥 / 한국중앙일보 복지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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