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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인은행들을 위한 변명

뜻하지 않게 코로나19의 창궐은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게다가 그 후유증이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다.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자연의 재앙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추락하는 경제를 막고자 그동안 각종 긴급 대책을 쉼 없이 내놓았다. 이 가운데 납세자 1인당 1200달러의 생활구호자금 지급과 기업을 위한 각종 재난 프로그램을 신속히 마련한 것은 백미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개인과 기업의 파산을 막는데 가장 역점을 둔 것이다.

실제 연방 중소기업청(SBA)은 재난 대출(Disaster Loan)과 급여 보호 프로그램(PPP: Payroll Protection Program) 등 피해 기업 지원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관련 업체들 돕기에 나섰다.

구조상 스몰 비즈니스에 주력하는 한인사회로서는 가뭄의 단비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장이 문을 닫거나 영업 축소로 인해 재정 타격을 받은 업체들은 처음 망연자실했지만, 연방정부와 각 주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재난 프로그램으로 인해 최악의 순간은 면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재난프로그램을 개인 비즈니스와 연결해준 곳은 바로 회계사 사무실과 은행이다.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문화적 갈등을 겪는 한인들의 경우 더욱더 회계사 사무실과 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미주 한인은행권에는 융자가 시작되기 전부터 긴박한 상황을 호소하는 전화 문의가 하루에 수십 통이나 이어졌다. 지난달 3일 PPP 업무가 개시된 후 회계사 사무실 직원과 은행 관련 부서 직원들은 밀려드는 고객들의 신청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휴일 반납은 물론 평일에도 밤늦게까지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한인 은행들은 시스템과 인력을 보충했으나 폭주하는 고객들의 신청수요를 만족하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선착순으로 신청이 처리되지 않거나 매끄럽지 않은 진행 과정으로 인해 고객들의 불편이 생겼다. 고객의 입장에선 당연히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한인 자영업자는 “당장 수천 달러가 없어서 문을 닫아야 하는 영세상인 입장에서 보면 은행들의 진행 과정은 너무 답답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은행들이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는 게다.

“직원들의 업무량이 많은 건 이해하지만 좀 더 자세히 친절하게 절차나 준비 서류 등을 알려주었으면 더 좋았다”며 은행 직원들의 업무 태도를 탓하는 업주도 있다.

이런 가운데 SBA가 시행착오로 당초 약속한 융자 일정 등을 지키지 못하자 그 비난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SBA의 스몰비즈니스 프로그램 내용이 계속 변화하는 것도 이용자들에게 혼돈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한인은행들은 융자가 승인되면 일단 은행이 보유한 자금으로 신청 업주들에게 대출금을 우선 전달했다.

규모가 큰 미국 은행들의 경우 여전히 지원서를 접수하고 있지만, 신청 자격이 까다로워 쉽지 않다. 한 대형은행에 신청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아직도 PPP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라고 하소연하는 업주도 있다.

반면 일부 한인은행의 경우 자사 고객들을 먼저 처리하고, 여력이 되자 비 고객 한인들에게도 곧바로 개방했다.

물론 할당량을 모두 소진해야 하는 은행의 이해관계가 우선이었을 것이다.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한인은행 SBA 관계자들이 한 건이라도 더 처리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통계 자료에서도 알 수 있다. 자산 규모를 비교했을 때 한인은행들은 많은 건수의 PPP를 처리했다.

한인은행과 한인 자영업자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악어는 스스로 이빨 관리가 힘들다. 따라서 이빨 사이에 낀 음식 찌꺼기를 악어새가 청소해 줌으로써 건강관리를 한다. 반면 악어새는 악어로부터 안전하고 풍부한 먹거리를 보장받는다. 이 조화로운 관계를 ‘상리공생’이라 부른다.

한인 사회가 잘 돼야 한인은행도 발전할 수 있고, 한인은행이 잘 돼야 한인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마침 최근 한인은행들의 올 1/4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많이 줄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하와 대손충당금이 많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와중에도 LA 소재 오픈뱅크가한인 비영리단체에 10만 달러를 기부해서 화제다. 은행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휴가를 반납했고, 은행 경영진들은 반납한 휴가를 금액으로 환산, 기부금에 보탰다.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권영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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