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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다같이 힘모아 이겨냅시다

이야기는 집콕(자택대피령)이 내려진 지 한달쯤 지나서부터 시작됐다. 전대미문, 유례가 없는 상황이라서 어떤 준비, 대책도 없이 시작한 세계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중 남가주의 한인들만 들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너무 뻔한 답변들이 올 것으로 판단해 걱정이 앞섰다. 또한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라서 답변을 거부하는 한인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도 뻔한 답변이 아닌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공통사항을 정리해보면, 우선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었다.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적인 대재앙에 제대로 대처하는 정치인이 적었다는 것을 일반 대중 누구나 알고 있는 듯했다. 특히 진위야 어떻든 중국 공산당 정부의 불신과 책임론은 점잖게 표현했지만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온라인 세상에 대한 기대다. 팬데믹이 오니 의외로 온라인 교육, 온라인 소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온라인은 감염 우려가 없기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많았다. 대학 재학 중인 자녀들은 거의 집으로 돌아와 함께하고 있지만 이미 출가해 가정을 이룬 자녀들과 몇 달째 화상 통화만 하고 있는 시니어들의 외로움은 상상 이상이다. 오죽하면 본지에 오른 기사인 ‘어머니 못 보는 마더스데이’를 읽고 자녀들에게 오지 말라고 당부하는 어머니가 있었다고 전한다.

온라인으로 교육 중인 제니퍼 조씨는 "배울 의지가 없으면 온라인 교육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소프라노 문혜원씨는 “세끼 밥해주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재미있다”고 말했다. 1.5세 한의사인 맥스 정씨는 “대화를 나누지 못할 정도로 바빴는데 딸들과 좋은 얘기를 많이했다”고 밝혔다. 권기상 연세콰이어 고문은 자신의 상가에 입주한 미장원과 사무실이 휴업 중이라 그들의 생계를 걱정했다. 수필가 오연희씨는 “하루 종일 집에 같이 있는 남편이 끼니 준비를 분담해줘서 좋다”고 말했다. 기자 출신 자영업자인 신승우씨는 “자가격리 명령과 함께 경제적인 지원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와 희망을 갖고 있다”고 알려왔다. 국악인 서훈정 해밀대표는 8월에 개최 예정인 미주한국국악경연대회가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류학 박사인 오영훈 UC리버사이드 강사는 “대중들이 공신력 있는 매체보다 SNS를 더 신뢰하니 혼란과 공포가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한의사 류후기씨는 “정상화되면 저소득층과 무보험자를 위한 진료를 추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형숙 남가주 연세대 동문회장은 “삶이 힘들어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같다”고 우려했다. 부동산전문가 남승현씨는 유튜버로 변신해 동영상 제작과 편집을 배우고 알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에 기명 기고 중인 영화평론가 김정씨는 “재앙을 만나면 다른 곳에서 희생양을 찾는 인간의 본성 때문인지 타민족, 타인종에 대한 비이성적 혐오와 다양한 형태의 차별행위를 목격할 수 있었다”고 우려했다. 의료과학자인 김자영 박사는 “최전선 종사자에게 개인보호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위험성에 대한 교육이 제때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애니 김 재정전문인은 “지인들이 은퇴 후 생활이 바로 이렇구나 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사 시리즈는 한동안 더 계속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집콕이 끝난다고 사태가 급반전 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은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나중에 이 시절을 추억으로 돌릴 날이 꼭 오리라 믿고 있다.


장병희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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