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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감사절에 생각하는 ‘자족’의 의미

‘빈손’은 자유롭다.

처음과 끝, 인생 본디의 자연스러움이다.

역설이다. 인간은 아무것도 쥔 것이 없는 본연의 상태를 본능적으로 불안해한다. 양손에 소유의 관념이 깊숙하게 배어버린 탓이다. 많이 쥘수록 행복이 비례한다고 여긴다. 무서운 착각이다.

뒤틀린 관념은 무섭다. 가능한 많은 것을 움켜쥐도록 의식을 지배한다. 손에 들린 것이 늘어날수록 하나라도 떨어뜨릴까 봐 노심초사하는 걱정은 뒷전이다. 아니 애써 외면한다.



그럴수록 불안해진다. 소유를 위한 근심보다 놓거나 잃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손을 펴버리는 것은 어쩌면 두려움을 넘어 공포다. 빈손이 된다는 것은 그동안 유무형의 것을 쥐려고 발버둥쳤던 시간까지 전부 내어 버리는 포기다.

존재를 원형 그대로 인식한다는 건 쉽지 않다. 덕지덕지 소유물이 붙어있어 실체를 들여다보기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빈손과 함께 첫발을 내디딘다. 걸음은 반드시 멈추게 돼 있다. 다시 빈손으로 회귀하는 순간은 원래의 ‘나’를 수용해야만 하는 궁극의 지점이다. “헛되고 헛되다”던 솔로몬의 고백은 탄식이었나, 깨달음이었나.

빈손이 자유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움켜쥔 손을 선뜻 펴려면 엄청난 용기가 수반돼야 한다. 손이 편안하다는 것은 그래서 모순이다. 비움으로 인한 자유와 소유가 야기하는 구속이 공존하는 게 ‘손’ 이다.

수많은 인간은 신 앞에서 손을 모은다. 두 손을 맞대는 까닭엔 괴리가 있다. 움켜쥠과 놓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한다. 두 손을 맞댄 인간의 모습만큼 슬픈 행위는 없다. 기도마저도 움켜쥐기 위해 비는 이기적 행위로 변질된 탓이다.

인간의 소유욕은 종교까지 이용할 정도로 거세다. 사실 가장 자유로운 상태의 빈손을 맞대는 건 고귀한 일이다. 그 행위가 초월적 존재를 이용해 좀 더 얻어보려는 욕망이 된 건 신(神)에게는 슬픔이다.

잠시 손을 바라본다. 의식적으로 양손을 맞대는 순간 빈손의 자유는 일순간 멈춘다. 움켜쥐는 것에 익숙했던 손에게 아무것도 쥘 수 없게 하는 것은 되레 ‘쉼’을 허용한다. 손이 비움에 순응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순응은 소유의 가치를 달리 보게 한다. 세상은 많이 가진 것을 ‘부하다’고 일컫지만 본래 나눌 것이 많은 게 ‘부(富)’다.

크고 대단한 것을 아무리 많이 움켜쥐고 있다 한들 정작 나누지 못하면 극도의 가난에 갇혀 있을 뿐이다. 작고 볼품없는 소유라도 나눌 수 있다면 그건 남부럽지 않은 풍요다.

지금 우리는 전염병으로 전례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감염성 입자 하나에 세상이 멈췄다. 사람 간 온기도 시들해졌다.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생계의 끝자락에 선 이들도 생겨난다. 뒤돌아보니 쳇바퀴 돌던 일상 속에 의미 없이 지나갔던 순간들도 귀했다. 살면서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추수감사절 주간이다. 곳곳에서 감사를 강조한다. 그럴수록 유독 손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감사는 철새가 아니다. 얼마든지 일상에서도 음미하며 고찰이 가능하다. 어쩌면 흔해서 귀한 줄 몰랐을 수 있다.

공수래공수거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삶의 이치다. 그 손을 너무 움켜쥐는 데만 사용하지 않았나 돌아본다. 나눔에서 파생된 기쁨은 소유하지 못하는 조급함보다 크다. 삶의 가치는 소유가 아닌 ‘존재’에 방점을 찍는다.

실존 가운데 무엇이 두 손을 모으게 하는가. 주어진 것들에도 이미 감사는 충분히 스며있다. 자족은 그것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장열 사회부 부장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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