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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시 강말희] 9월의 기도

언뜻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이
홀로 새벽을 깨울 때
텅 빈 가슴 내밀어
서늘한 기운으로 부풀게 하소서

숨 가뿐 땡볕의 흔적
길게 늘어진 그림자 추슬러
하늘거리는 햇볕 아래


알알이 고개 숙인 열매이게 하소서

저녁 풀 벌레 소리
서늘한 여운으로 숲 속에 들 때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
국화꽃 잎 위에 이슬로 내리게 하소서

한 여름내 무성했던
짙푸른 상념의 잎사귀들
가을빛 삭힌 단풍이게 하시어
그 빛깔로 내 언어를 채색하소서

서러운 지난날의 기억들
해거름 석양이 드리울 제
노을빛 그리움으로 번지어
빈 들녘에 연기로 피어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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