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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 신음하는 미시간호수

한국에서 시카고로 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보통 두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공기가 참 맑다가 그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바다 같은 미시간호수에 대한 감탄이다. 특히 미시간호수를 직접이라도 보게 되면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 보고 나서야 담수호라는 사실을 믿을 정도다. 그리고는 나직이 되뇌인다. “정말 바다 같은 호수구나”라고.

슈피리어와 휴런, 온타리오 이리호와 함께 오대호중 하나인 미시간호수와 시카고는 떼어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 이미 터를 잡고 살고 있던 아메리칸 인디언이 아닌 유럽계 이주민들이 시카고를 외부에 알린 것도 오대호와 미시시피강을 연결하는 통로를 찾고 있었던 프랑스계 탐험단이었다. 시카고는 이후 수로를 통해 다른 지역과 연결됐는데 특히 운하가 개통되고 나서는 거대 소비지인 동부 지역으로의 연결로 급성장하게 된다. 그 뒤로는 철도길과 항공로가 시카고를 교통 허브로 부상케 했지만 지금도 생활용수로 쓰이는 미시간호수는 일상 생활에서 없다고 상상하면 끔찍하다.

배를 타고 낚시를 하면서, 또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미시간호는 시카고 시민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천연 자원이다. 무엇보다 미시간호변에서 보이는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은 언제 봐도 황홀하지 않은가. 인디언 말로 많은 물이라는 뜻이라는 미시간은 이렇게 넉넉하게 베풀고 있는 것이 많다.

이런 미시간호수가 시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폐기물 때문이다. 최근 로체스터공과대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오대호에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은 1만2천톤 규모인데 이중 절반이 넘는 5800톤이 미시간호수에 유입된다(본지 6일자 1면 보도)고 한다. 미시간호수의 경우 물의 흐름 때문에 호수 남쪽으로 폐기물이 몰리게 되고 시카고와 밀워키와 같은 대도시가 인접해 폐기물이 가장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몬트로스길 호변에만 나가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생수병이나 빨대, 플라스틱 봉지와 같은 쓰레기가 아름다운 호변에 널부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미세 플라스틱의 경우 미시간호수 물을 생활용수로 쓰는 시카고 주민들이 마시면서 체내에 축적될 수도 있어 건강상의 위협이 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경각심을 키워야 할 문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일리노이 주의회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도록 규정한 법안을 발효해 심각성을 알리고자 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안 하나로는 미시간호수의 오염을 막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시간호수 물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인지하고 오염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로 바꾸고 마트에서 아낌없이 나눠주는 플라스틱 백 대신 친환경 바구니를 사용하는 것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미시간호수는 최근 내린 많은 비로 수위가 상승하고 호변이 유실되며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외래어종이 유입될 위기를 맞는 등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미시간호수는 조금씩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미시간호수로 도시가 생겨났고 발전했으며 외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이 천연자원을 어떻게 보호하고 유지할 것인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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