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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베어타운'을 읽고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베어타운'-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이렇게 시작한다.

2012년 '오베라는 남자'로 31살에 세계적인 초대형 작가가 된 스웨덴 태생인 그의 작품들은 출간 되는대로 할리우드에서 덤벼드는 역량 있는 젊은 작가다. 그동안 책을 읽다 보면 작가는 보통 100~200년 전의 사람들이거나 적어도 나 보다는 나이가 많았다. 그런데 이 작가는 나의 아들 또래인 것이 상큼했고 또 나와 동시에 살고 있는 스웨덴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여서 마음 속에 더 와 닿았다.

배경은 스웨덴의 어느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숲속에 쌓여 있는 작은 마을 베어타운이다. 일년에 겨우 몇 달만 빼고는 눈 속에 묻혀 사는 주민들에게 아이스하키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스포츠다. 한 때는 활발했지만 쇠락해가는 타운에서 청소년팀 하키는 베어타운을 일으킬 유일한 재료이고 수단이라 믿고 어린이들은 꿈을 갖고 어른들은 희망을 꿈꾼다. 타운 전체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준결승전에 올랐을 때 그들은 자축파티를 연다.

여기서 사건이 터진다. 하키팀 주장이 단장의 딸을 성폭행한 것이다. 피해자는 결국 부모에게 고백하고 부모는 경찰에 신고한다. 선수들을 싣고 결승전에 나가기 위한 버스 안에서 가해자는 체포되고 결국 게임에서 패배하게 된다. 하키에 사활을 걸었던 베어타운은 분노와 충격에 휩싸이게 되고 주민은 두 편으로 갈리게 된다. 지역의 집단적 이기심에 눈이 먼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분개해서 피해자와 그의 가족을 외면한다. 지역의 유지이고 하키팀의 스폰서인 가해자의 아버지는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문제 해결에 거침돌이 되는 사람들을 찾아가 물밑 작업을 벌인다. 결국 주장은 무죄로 판결이 나고 그는 A팀에 스카우트 된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지만 작가는 등장인물과 그 가족들 그리고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그 상황과 심리현상을 맛깔스러운 말로 밀도 있게 표현한다.



세상은 넓고 크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고 평화스럽고 아름답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어두운 면이 있게 마련이다. 그게 바로 사람 사는 이야기일 것이다. 조그만 공동체에도 부와 권력은 항상 더 갖기 위한 편향적 심리가 작용하고 밑바닥에는 개인의 이기적 계산이 깔려 있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영웅이 있는가 하면 또한 사회의 약자 편에서도 인간미 가득하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도 있다. 친구간의 우정, 가족간의 잔잔한 가족애, 부부간의 성숙되어 가는 사랑 그리고 부모로서의 고충과 하염없이 부족하기만 한 자식사랑 등 현재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한다.

젊은 나이에 현실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풍자한 노련미 또한 일품이다. 어느 표현 하나 억지나 거스름 없이 읽혀지는 어른노인을 읽는다. 모든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되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옳고 그름은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이렇게 치밀하고 노련한 작가는 '베어타운 2'를 위해 여기 주인공들의 10년 후의 삶을 예비한다. 요즘 세상이 너무 요지경이어서 미래가 우려되지만 이처럼 젊고 가슴이 큰 작가가 있어 그래도 역사는 잔잔하게 상승할 것이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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